[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혁신은 청춘이다
2019년 04월 02일(화) 00:00 가가
혁신이란 청춘과도 같다. 청춘은 숫자가 아니라 젊은 마음이다. 젊은 마음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비록 언젠가는 현장을 떠나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젊은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다. 혁신을 무섭거나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혁신은 업데이트이고 리메이크이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고, 기존의 시스템을 더 효과적으로 정비하는 일이다. 우리의 기존 환경을 더 살기 좋게,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끔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혁신이다. 혁신의 반대말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기존의 관행에 빠져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하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로 생각하면 된다. 계절이 바뀌면 나무의 살림살이가 바뀌어야 한다. 나무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다. 만약 가을에도 낙엽을 떨구지 않고, 봄에 새 잎과 새 꽃을 피우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땔감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국가의 운명도 마찬가지이다. 19세기에 개방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선도한 일본과 쇄국주의를 선택한 조선의 운명은 180도로 달라져 조선은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문화대혁명 이후 엄청난 정치경제적 타격을 받은 중국은 1978년 시장 경제 도입을 결정하였고, 1979년 광둥성의 선전 등을 개방하여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중국은 불과 1세기도 되지 않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엄청난 전란을 겪은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새롭게 변한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개혁 개방 정책으로 일당 지배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대단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왔다. 둘 다 불과 50년도 안된 일이다.
반면 산업 혁명과 현대 과학의 태생지인 영국은 어떠한가? 물론 아직도 영국은 세계적인 정치 경제 문화의 강대국이다. 그러나 2017년 기준 1인당 국민 총소득은 영국이 핍박했던 아일랜드가 7위, 영국이 22위이다. 오늘날 영국은 유럽 연합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고집만 남은 늙은 국가, 영어와 문화 예술 유산으로 먹고 사는 폐쇄적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영국은 1840년 아편전쟁을 일으켜 늙은 국가 중국을 침탈하였고 승전의 대가로 홍콩을 할양받았다. 시간이 흘러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킨 중국과 대영 제국의 향수에 빠져 혁신을 거부했던 영국의 명암이 불과 1세기만에 교차하는 것을 보여준 세기적 사건이었다.
미술사조의 흐름은 혁신 그대로이다. 전통을 계승하되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이 미술사의 핵심이다. 이 변화를 거부하면 도태되거나 잊혀졌다. 서양미술사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에서 번창했던 미술이 그리스와 로마의 황금시대로 이어졌고, 중세시대의 종교미술 암흑기를 거쳐 르네상스 시기를 맞아 고전의 부활로 이어졌다. 르네상스란 말 자체가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 부활이라는 뜻이다. 오늘날로 치면 혁신적 문화운동이었던 르네상스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을 부활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술사조가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미술사조를 다 외울 필요는 없다. 다만 기억할 것은 과거에 대한 계승과 반동을 통해 새로운 미술 양식이 탄생했고 또 다른 계승과 반동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미술 양식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과거에 안주한다는 것은 예술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인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라 변화된 인간사와 사회상을 반영할 수 없고, 무엇보다 고객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에 변화하고 혁신한 예술가들만이 오늘날 미술사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현재 전국 광역 시립미술관 중 수치상으로는 최고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최고 최다를 기록하는 것이 많다. 본관 이외에 운영해야 할 분관, 전시관, 센터, 갤러리 등이 8개에 달하고, 학예연구사 1인당 전시 횟수, 소장품수, 교육 수강생수,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작가 수 모두 전국 광역 시립미술관 중 최고 최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과에만 안주한다면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이 미술관의 생존 자체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술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지금까지 갖추지 못한 선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질적 성장의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미술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누구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전 구성원이 참여하여 전시, 교육, 수집, 연구, 관람객 서비스 등 미술관의 모든 역할에 대해서 선진적 시스템을 정립하고 매력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혁신 계획안을 작성 중에 있다. 지금 중외공원에는 목련이 한창이다.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필 것이고, 이어서 신록이 올라올 것이다. 신록이 짙어질 즈음 젊음이 가득한 미술관을 꿈꾸는 일,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우리가 한다는 것,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문화대혁명 이후 엄청난 정치경제적 타격을 받은 중국은 1978년 시장 경제 도입을 결정하였고, 1979년 광둥성의 선전 등을 개방하여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중국은 불과 1세기도 되지 않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라는 엄청난 전란을 겪은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새롭게 변한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개혁 개방 정책으로 일당 지배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대단한 경제 발전을 이루어왔다. 둘 다 불과 50년도 안된 일이다.
과거에 안주한다는 것은 예술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인 새로움이 없다는 것이라 변화된 인간사와 사회상을 반영할 수 없고, 무엇보다 고객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없었기에 변화하고 혁신한 예술가들만이 오늘날 미술사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현재 전국 광역 시립미술관 중 수치상으로는 최고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최고 최다를 기록하는 것이 많다. 본관 이외에 운영해야 할 분관, 전시관, 센터, 갤러리 등이 8개에 달하고, 학예연구사 1인당 전시 횟수, 소장품수, 교육 수강생수,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작가 수 모두 전국 광역 시립미술관 중 최고 최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과에만 안주한다면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이 미술관의 생존 자체를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술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지금까지 갖추지 못한 선진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질적 성장의 과제가 남아있다. 이러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 ‘미술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누구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전 구성원이 참여하여 전시, 교육, 수집, 연구, 관람객 서비스 등 미술관의 모든 역할에 대해서 선진적 시스템을 정립하고 매력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한 혁신 계획안을 작성 중에 있다. 지금 중외공원에는 목련이 한창이다. 목련이 지고 나면 벚꽃이 필 것이고, 이어서 신록이 올라올 것이다. 신록이 짙어질 즈음 젊음이 가득한 미술관을 꿈꾸는 일,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우리가 한다는 것,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 아니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