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광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진 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책이 있다. 바로 박선홍 선생님이 쓰신 ‘광주 1백년’(전 3권)이다. 이 책은 개화기 이후 광주의 도시화 과정, 광주 사람들의 삶과 풍속을 마치 사랑방 할아버지처럼 구수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나는 ‘서울 1백년’, ‘부산 1백년’ 같은 책을 그 도시의 토박이가 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박선홍 선생님과 ‘광주 1백년’을 가진 광주는 복 받은 도시다.

‘광주 1백년’은 1994년에 금호그룹의 금호문화재단에서 처음 펴냈다. 20년 후에는 ‘광주학 총서’에 포함되어 새롭게 태어났다. 박선홍 선생님으로부터 판권을 기증받은 광주문화재단에서 컬러판으로 엮어낸 것이다. 이 책을 광주시민 모두가 한 권씩 소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적이 있다.

광주의 역사와 현재를 살피고자 한다면 김정호 선생님의 ‘광주 산책(전 2권)’을 읽어보아야 한다. 김정호 선생님은 광주에서 평생 동안 기자로 활동했는데, 45권의 저서를 펴낸 광주의 원로다. 광주·전남 지역의 역사 교사라면 국제고등학교 노성태 선생님의 ‘광주의 기억을 걷다’, ‘남도의 기억을 걷다’를 추천한다. 아이들에게 수업하듯 자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두 선생님의 책은 지역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에 사진, 지도 자료를 넣어서 정리한 것으로 광주를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5·18 정신을 폄훼하는 쓰레기 수준의 자료들이 범람하는 이때, 5·18을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김영택 기자의 ‘5월 18일 광주’를 추천한다. 1980년 5월에 광주 항쟁을 취재하면서 시작된 5·18 연구를 필생의 과제로 삼아 박사 학위를 받아 낸 김영택 기자는 신군부의 집권 시나리오와 연결되는 광주의 5월을 생생하게 정리했다.

5월 광주를 이끌었던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에게는‘윤상원 평전’을 소개하고 싶다. 야만의 시대를 살았던 청년들의 고뇌와 5월 27일 밤 전남 도청을 떠나는 대신, 청사(靑史)에 별이 된 젊은이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열사와 함께 들불야학에서 활동했던 임낙평 선생이 쓴 책이라서 더 애틋하다.

무등산을 아끼는 분들에게는 앞서 이야기한 박선홍 선생님의 ‘무등산’을 권한다. “우리의 영원한 모성이며 마음의 고향인 무등산”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무등산 이야기로 540쪽을 채웠다. 무등산의 모든 것을 아우른 책이다. ‘무등산’이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범대순 시인의 시집도 있다. 범대순 시인은 생전에 무등산을 1천 번이나 올랐던 시인으로 유명하다.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박선홍 선생님과 범대순 시인의 무등산 연가가 궁금할 것이다.

광주 지역의 작가들이 궁금할 때는 이승철 작가가 펴낸 ‘광주의 문학 정신과 그 뿌리를 찾아서’를 읽으면 된다. 광주에서 발행되는 계간 문예지 ‘문학들’에 연재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은, 한국 근현대 문학의 개척기에 크게 활약했던 작가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1970년대 이후 진실 투쟁을 전개해 나가는 문인들의 활동을 치열한 작가 정신으로 정리했다.

광주문화원연합회에서 펴낸 ‘광주광역시 구전 설화’는 수업시간에 광주의 재미있는 전설을 들려주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광주시청에서 나오는 ‘광주 속삭임’도 좋다. 따끈따끈한 광주의 소식을 배달하는 이 월간 소식지는 인터넷으로도 만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책들은 대부분 광주시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광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찾는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한다. 책을 찾을 때는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한다. ‘광주 1백년’을 찾는다면서 ‘광주 100년’을 검색하면 없는 책이라고 나온다. 도서관에 가면 광주 관련 자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광주 시민들이 광주에 관한 책을 읽고 광주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사랑스런 도시 광주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러면 이 도시는 더 예쁜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