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낮잠 유혹을 물리치고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에 문자가 와서 확인해 봤더니 070-7708-97XX라는 번호로 웹(web) 발신 문자가 찍혔다. 내용은 ‘㈜다날 41만6500원 결제 완료 익월 요금 합산 청구예정 문의 02-6403-09XX’였다.

웬일인가 싶어 적혀진 문의 전화번호로 전화했더니 내 이름으로 노트북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절대 그런 일 없으니 취소해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면서 “아마도 해킹을 당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는 친절까지 베풀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모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이라는 데서 전화가 왔다. 신고를 받고 전화했다면서 악성 코드를 제거해 주겠다고 하더니 내 핸드폰이 터치를 안했는데도 웹사이트가 한참 동안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리곤 다 제거했다면서 보안 설치까지 해 놨다기에 고맙다고 끊으려 하니 네이버 검색창에 금감원을 치고 금융감독원이 나오면 터치해서 민원상담 금감원 콜센터 1332 전화걸기를 누르라고 해서 시킨 대로 해봤다.

“금감원 OOO 과장입니다”라고 전화를 받더니 서울 영등포 문래동 모 은행에 거래하느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분의 말을 요약하자면, ‘2018년 4월 통장 개설. 약 1억 8000만 원 돈 세탁 해외로 유출. 마약범과 합세 했을 가능성 큼. 독점 수사 중. 67명 중 한사람으로 끼여 있음. 사건번호 3856번 구속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누가 내 이름과 개인 정보를 도용하여 이런 사달이 났을까 싶어 오로지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신념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이들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검사를 사칭한 이는 깜박 속아 넘어가게 연기도 잘했다. 더 이상 끌려 갈 수 없어 “구속하려면 해라. 만약 내가 혐의가 없다면 시간적 낭비, 스트레스 받았던 정신적 피해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이냐?”고 악을 썼더니 “당신을 내일 당장 구속시킬 것이오”라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검사실 전화번호도 진짜 맞는 전화였고, 금감원 전화도 맞는 번호인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등장하여 전화를 가로채서 받았는지, 해킹을 당한 것이 무서웠다.

파출소에 갔더니 핸드폰을 초기화시키라고 했다. 대리점에 들러 필요한 것만 다른 곳에 백업을 시켜 놓고 아예 초기화 시켰다가 다시 입력시켜 사용하라고 했다. 결국 돈을 빼앗기지 않았기에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몇 시간 동안 실랑이를 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거짓과 속임은 신의를 잃는다”고 했다. 정도를 가면 떳떳함으로 강해진다. 나는 “청렴 연꽃 대상을 탄 사람으로서 털어도 먼지 안 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서 금감원과 검사에게 부득부득 대들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죄인이 아닌 것이 밝혀지면 시간적·정신적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스마트폰 덕분에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됐고,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점도 있지만 보안에 취약해졌다는 문제점도 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로그인 정보나 개인 정보를 저장하는 사례, 특히 폰뱅킹 보안카드 코드번호, 주민증 여권 사진은 저장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스마트폰은 항상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해킹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평상시와 다르게 배터리가 빨리 닳거나 기계가 쓰지도 않은데 열이 받았다면 제3자가 내 전화로 뭔가 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가 있다. 저녁에는 아주 꺼놓고 주무시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사기극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서민들을 울리는 자녀 유괴 사건, 자식 사칭 교통사고 금품요구 등등…. 이제는 고단수 수법으로 다양한 직업을 이용해서 고위층의 사람들도 수없이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창피해서 숨기고 있다고 하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인간이 편리하기 위해 발명을 해 놓고 그 문명의 이기에 인간이 당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