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된 폭동이라며 망언을 일삼더니, 이달에는 39년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두환이 사죄는커녕 거짓과 궤변만 늘어놓고 돌아갔다. 시민들 앞에서 참회할 마지막 기회마저 걷어차고 오히려 분노만 더 키웠다. 추상 같은 사법적 단죄와 함께 역사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 분하고 억울할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 서울에 사는 일본 여성이 신랑과 함께 5·18의 진실을 알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5·18 기록관에 들러 왜 항쟁이 일어났는지, 광주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피해와 남긴 교훈은 무엇인지 꼼꼼히 새겨들었다. 그녀는 고려대 사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나고야 출신 미사키씨다.

그녀가 광주를 찾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학자로서 5·18의 역사에 대해 관심도 있었겠지만 일부러 광주를 찾는 것은 필자와의 조그마한 인연 때문이다. 그녀는 가와무라 다카시 일본 나고야 시장의 조카다. 그녀가 5·18의 진실을 찾아나선 것은 다카시 시장이 광주에 가서 필자를 꼭 만나보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계에서 5선 중의원을 역임한 다카시 시장은 2017년 지방 선거에서 나고야 시장에 당선되어 4선에 성공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필자와의 인연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산구의회 의원으로 개혁과 혁신에 앞장섰던 필자에게 현직 일본 나고야 시장이 다가왔다. 나고야의 혁신을 위해 시장직을 던져 시의회를 해산할 정도로 강직했던 다카시 시장은 의원 배지에 연연치 않던 필자에게서 동질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런 그가 필자를 아이치현 만국박람회에 초청했고, 일본 정치를 알아야 한다며 자비로 일본 국회를 견학시켜주기까지 했다. 다카시 시장이 그 이듬해에 광주를 답방하면서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그러다 끊긴 우리의 우정은 올해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다리 역할을 했다. 지난 2월에 동료 의원과 방문했을 때 바쁜 일정에도 간담회와 만찬까지 마련해주면서 환대를 했다. 수영대회 협조는 당연하고 광주시와 산업·경제 분야로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카시 시장과의 돈독한 관계를 바라던 나고야 총영사관에서도 오는 4월 20~21일에 나고야에서 열리는 한국페스티벌에서 세계수영대회를 홍보하기로 합의했다. 그것도 전시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광주 부스를 내주기로 했다. 2015년 기준 나고야 총생산은 전국의 19.9%(62.3조 엔)로 16.4%인 도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경제 도시다.

국제 관계는 친밀한 인간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촌분의 시간도 쪼개 써야 할 정도로 바쁜 인구 230만 명의 대도시 나고야 시장과의 교류는 말할 것도 없다. 나고야 시장과의 인연이 두 도시간 교류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광주도 나고야처럼 행정은 혁신하고 경제는 살찌는,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