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족과 함께 영화 ‘극한 직업’ 을 관람했다. 요즘엔 예전과 달리 영화 한 편을 관람하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등 기성세대들에겐 다소 번거롭게 느껴진다.

우리가 편의상 말하는 ‘극한 직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든 작업 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일을 말한다. EBS방송에서는 소방관과 응급실 의사, 옹기 및 유기 제조, 유리 공장과 참숯 가마, 벌목공, 그리고 최근에 방영되었던 1회용 부탄가스 제조와 경북 어느 대장간에서 호미를 만드는 일들을 극한 직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신치용 진천 국가 대표 선수촌장도 새벽 5시 50분에서 6시에 훈련하러 나오는 국가 대표 선수들과 지도자를 보며 극한 직업의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위험성이 높고 힘이 많이 드는데 비하여 그에 걸맞은 처우나 대우가 이루어지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극한 직업’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치안 강국 대한민국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형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은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고, 당직과 잠복 근무 등으로 승진 시험을 준비할 시간적 기회가 적을 뿐만 아니라 근무 평가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나 민원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요즘 젊은 경찰관들에게 형사 업무는 기피 대상의 하나라고 묘사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영화 ‘극한 직업’의 제작비는 약 65억 원 가량, 홍보 마케팅 비용 등 25억 원을 합해 총 투자액은 9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누적 관객수는 1600만 명을 돌파하였고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임진왜란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명량’으로 1761만 명을 기록하였다. 또한 투자액 대비 수익률, 즉 가성비가 가장 높았던 영화는 ‘7번방의 선물’ 로 1498%를 달성하였는데 ‘극한 직업’이 이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덕택에 영화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극한 직업’은 어떻게 가성비와 가심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먼저 가족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코믹 장르의 영화라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역설적으로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율과 장기 실업자의 증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실업 급여 등이 흥행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였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는 답답하기만 하고 경제 성장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느낄 수 없는 지경이다. 영화는 웃을 일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한 번쯤은 통쾌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어떤 작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영화 전문가들은 대체로 탄탄한 각본과 훌륭한 캐릭터, 적절한 오락성이 가미되었다고 평가한다.

우리 지역에도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인 ‘장흥 정남진 시네마’를 시작으로 고흥·진도·완도·곡성·화순 등 작은 영화관에서 6000~6500원의 관람료를 내면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최신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는 소확행(小確幸)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