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한자로 풀이하면 트일 ‘소’(疏)와 통할 ‘통’(通)이 합쳐져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싹트고 지방자치제가 정착되어 가면서 소통이 수없이 강조되었지만, 여전히 화두로 언급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반증일 것이다.

민선 7기 전남도가 출범하면서 김영록 전남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공직자 모두는 내가 도지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현장에서 도민 의견을 경청하여 함께 문제를 풀어가라”며 ‘현장 소통’을 역설하였다. 본인 스스로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수시로 현장을 찾고 있다.

기존 전라남도의 소통은 ‘전문가’와 ‘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문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 지사의 도정 운영 철학에 맞춰 직접 도민을 찾아가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도지사가 마을을 직접 찾아가 민가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생활 현장을 돌아보고 현안에 대해 대화하는 ‘민박 간담회’ 신설이 대표적이다. 일정의 제약 없이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허심탄회한 토론에 참석한 도민들도 반색하고 있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신안 새우 브랜드화, 전통시장 대표 특화 상품 개발 등 도정 현안 과제들을 발굴하는 성과도 내고 있다. 작년 9월 담양 옥산마을의 친환경 농업인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순천 소상공인, 신안 압해 어업인 간담회 등이 열렸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으로는 권한 대행 체제인 탓에 지난 2년 동안 중단되었던 ‘도민과의 대화’가 지난달부터 새롭게 시작됐다. 기존 틀에 맞춰진 의례적인 절차는 없애고, 대신 진솔하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현장 대화’가 대폭 강화되었다. 딱딱하게 느끼기 쉬운 ‘도정 보고’ 역시 도민 눈높이에 맞춰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알기 쉽게 개선하였다. 주민들도 변화된 ‘도민과의 대화’에 적극 호응하면서 대화 공간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또한 지역민과 소통을 위해 정책 제안, 결정, 시행 등 행정의 전 과정에 도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가칭)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실제로 느낀 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할 수 있으며, 치열한 토론과 투표를 통해 시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 모든 과정을 전남도가 아니라 온전히 도민들이 주도한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 혹은 보완 사항에 대한 도민들의 의견을 묻는 코너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도정 참여를 위한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숙의형 협치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년 4월 시범 운영을 거쳐 7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도청 내부에서도 여러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관행을 벗어나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설명하는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도민들의 도정에 대한 신뢰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전공대 유치’, ‘국고 예산 6조 8000억 원 확보’ 등 최근 도정의 괄목할 만한 성과들은 모두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민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수록 정책은 정교해지고 그 효과는 도민 생활 깊숙이 스며들게 될 것이다. 도민들의 신뢰에 기반한 ‘변화와 혁신’은 ‘도민 행복 시대’를 앞당기고, 소통은 ‘으뜸 전남’을 실현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