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시설 해체는 해당 시설 종사자는 물론 공공의 건강과 안전을 적절히 고려하면서 수명이 끝난 원자력 시설에 행하는 모든 기술적이고 관리적인 작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원전의 해체란 원전 운전을 정지하고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부지의 무제한적 사용 허가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제염·절단·방사성 폐기물 관리 및 감시 등 모든 관리와 기술적 업무를 포함한다.

원전 해체 때는 안전성 확보가 필수로, 해체 작업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과 주변 환경의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해야 한다. 해체에는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되며 영구 정지 전 준비(2년), 사용 후 핵연료 냉각 및 안전 관리(최소 5년), 제염 및 해체(6년), 부지 복원(2년)의 순서로 추진된다. 해체 준비 단계에서는 방사성 물질의 재고량을 평가하고 방사선 측정을 통해 시설의 오염 특성을 조사한다.

원전 해체는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에서 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춘 원전은 149기로, 이 중 해체가 끝난 원전은 19기, 해체 진행 중인 원전은 100기다. 나머지 30기는 해체를 앞두고 있다. 운영 중인 원전 437기도 2050년이면 대부분 작동을 멈춘다. 원전 수명이 30~60년인 걸 생각해보면 놀라운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도 고리 1호기가 2017년 수명이 끝나 수명 연장을 심사 중이다. 한빛원전 1·2호기도 2025년 수명이 끝나는 등 가동 25년을 넘긴 원전만 9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전 종료를 주장해온 탈핵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원전 해체를 오랫동안 터부시해 온 친핵 진영에서도 해체 이야기가 슬며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전 해체 기술을 가진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 미국과 일본, EU(유럽연합) 정도다. 해체 경험도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뿐이다. 우리나라는 경험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다. 다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 원자로(TRIGA MARK-2·3)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꾸준히 해체 기술을 쌓아 왔다.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 38개 중 17개를 현재 확보했는데, 나머지 21개 기술을 2021년까지 개발해 2030년까지 상용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해체 종합 연구센터도 올해 문을 열 계획이다.

원전 건립은 가능한데 해체를 왜 못하나하는 의문이 드는데, 이는 방사성 폐기물 때문이다. 110만㎾급 원전 1기를 철거하면 폐기물이 50만~55만t 가량 나오는데, 이 중 약 6000t이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 해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부위만 골라서 떼어 내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제염’이라고 하며, 제염을 잘할수록 방사성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 원전 해체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절반, 즉 3000t으로 줄여 제염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폐기물은 다른 원전을 지을 때 재활용할 수 있다.

원전 해체 기술은 38개 기술이 모인 해체 오케스트라라 불리며 그 꽃은 제염과 철거 작업이다. 학계에서도 원전 해체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초기 인력 양성 수준이다. 현재는 원전 해체 표준 설계 기술 개발, 원전 해체를 위한 냉각재 계통·기기 제염 상용 기술 개발 등의 연구 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 수립된 원전 해체 기술 개발 로드맵은 사업 관리 분야와 요소 기술 분야로 구분된다. 사업 관리 분야는 엔지니어링 및 사업 관리, 공정·공사비·물량 평가, 해체 공학·설계 기술, 방사선 안전·특성 평가, 안전·환경·품질·비상 계획 등이며, 요소 기술 분야는 제염 기술(계통·기기), 절단·철거 기술, 폐기물 처리·처분 기술, 재활용 기술, 방사선 측정·선량 평가, 부지 복원 기술 등이다.

모든 기술을 확보해야 원전을 해체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초기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당시 미국이 만드는 걸 어깨 너머로 보며 원전 건설 기술을 배운 것처럼, 원전 해체도 먼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진행하면서 부족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원전 해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