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역사의 보고다. 33인을 선두로 파고다공원을 민족 제단으로 삼고 온 겨레가 하나 되어 1919년 3월 1일,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는 거족적 독립 운동의 횃불을 올린 지 100년, 나라 잃은 민족적 쓰라림과 비참을 몽매라도 잊을 수가 없다. 나라의 주권을 잃고 국토를 빼앗기고 민족 문화와 민족성마저 영원히 말살당할 뻔한 일제 36년간의 민족의 수난이 어찌 있으랴.

일제의 침략과 억압 속에서 100년 전 피와 혼, 목숨을 걸고 일어선 비폭력 저항의 민족 혁명 운동이었다.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과 선진들을 사모하면서 피와 생명으로 값을 치르고 얻은 조국의 독립이 헌법뿐 아니고 각 사람 마음속에 있는 3·1정신, 민족의 얼을 기둥으로 자자손손 후대들의 의식 속에 세워지기를 바란다. 그것은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애국 애족의 결정이다.

독립 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16인이 기독교 지도자요 목사다. 천도교 열다섯 분, 불교 승려가 두 분으로 그 선두에 선 기수는 교회였다.

수원 제암리 교회당을 위시해서 소실된 교회당만 47곳이고, 7만여 명의 성도가 희생됐다. 또 16만 명의 부상자, 50만 명의 투옥 인사, 200만 명이 궐기한 3·1운동의 금자탑은 역사의 자랑이다. 우리 고장 양림교회는 교회 터까지 빼앗기기도 했다.

100년 전 선두에서 민족 자립 독립운동을 일으킨 한국 교회는 조국의 심장으로 박동하는 생명이었다. 일본에 유학생의 중심도 기독 학생이었다. 국내에서는 남녀 학생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갖은 곤욕을 당해도 선두에서 독립 만세를 부르고 왜경의 총칼 앞에 맞섰던 학생들의 피를 잊지 말아야 한다.

유관순 님의 순국, 부모는 왜경에 총살당하고 집은 불타고 자신은 칼에 맞아 몇 토막이 나기까지 멈추지 않고 만세를 부른 그 불타는 애국심 앞에 옷깃을 바로잡자. 선교사 맥퀸지 목사는 한국의 독립 운동사를 쓰던 중 “나는 어려서부터 76정신(1776년 미국의 독립한 해)을 들어 왔다. 76정신은 미국 독립정신이다. 이 76정신을 오늘 한국에 와서 황색 피부 속에서 내 눈으로 보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에 이 땅 어디에서 이 장하고 높은 3·1정신을 찾아 볼 수 있는가? 할말이 없다. 괴로운 현실로 주어진 생의 복판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천도교·불교가 겨레에게 주는 행동의 대답은 한마음, 한뜻, 한길, 한 목적을 지향하는 믿음이었다.

그때처럼 각 종교가, 남과 북이, 동과 서가, 보수와 진보가, 여와 야가, 우와 좌가, 100년 전 손에 손을 잡고 독립운동에 공동 전선을 편 민족애로 남북 평화 통일을 위한 기도가 되도록 하자.

독립 선언서 서두에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세계만방에 이를 고하여 인류 평등의 대의를 밝히며 자손만대에 고하여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하노라….”라는 구절은 실로 얼마나 웅장한 선언인가. 자주 독립 민족이 세계 인류 평등의 대의를 만방에, 자손만대에 외치는 양심과 진리의 선언이 아닌가. 정의와 자유를 위한 비폭력저항의 선언이며 기원이다.

배타적 투쟁이 아닌 자유와 생존을 위한 맨주먹의 절규다. 이것은 온 겨레가 목숨을 건 추상같은 결단이다. 무자비한 탄압도, 비인도적 만행도, 극악한 고문도, 잔인한 총칼도 막을 수 없는 민족의 자주 독립. 죽음도 두렵지 않은 인간의 자유와 정의를 쟁취하려는 행위였다.

3·1절 100주년을 맞아 나라 안 곳곳에서 기념 행사를 한다고들 야단인데, 재원을 낭비하거나 겉치레에만 매달리지 말고 그날의 애국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역사의 전통으로 삼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3·1정신을 높이고 애국 충정을 추모하는 절기에 자기 집단과 사리를 위해서 망언하거나 국민에게 편 가르기를 선동하는 저질 정치인은 퇴출되어야 하겠다. 3·1정신은 겨레와 함께 죽기를 두려워하지 아니한 애국 애족 정신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이었음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