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이 답이다
2019년 02월 28일(목) 00:00 가가
5·18은 북한군이 저지른 폭동이라는 해괴한 주장이 국회에서 공공연하게 발설되었을 때,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의원은 5·18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항변하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5·18 연구자로서 필자 역시 1980년 5월 18일 이후 10일간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보지 못한 협소한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필자의 견해에 의하면, 그 사건은 사회 운동으로서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건인 계획성, 조직성, 이념적 일관성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즉흥적인 시민 저항이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5·18은 국가 폭력에 대한 시민 진영의 집단적 무장 저항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기 이전 단계에서 비극적으로 끝나버렸다. 더 나아가 당시 광주시민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가치의 실현에 앞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짓밟힌 참혹한 현실에 대한 즉자적 분노를 표출하는데 더 충실했다. 그래서 필자는 민주화운동 대신 ‘광주 시민 항쟁’이라는 명칭을 자주 사용한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하면 반박할 논자들이 여럿 있는데, 그러나 그 누구도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5·18을 폄훼하였다는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다. 필자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실체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단지 그 실체적 사실을 해석하는 이론적, 철학적, 인식론적 관점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주장은 보편적 이성의 판단과 과학적 추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5·18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하나로서 충분히 용인된다.
그런데, 이른바 북한군 개입설은 어떤가? 차마 대응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저급한 수준의 논리와 허무맹랑한 조작, 그 정치적 악의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자가당착적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음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비이성적 왜곡 담론이 극우파 일부에 머물지 않고, 광주 항쟁을 겪지 않은 일반 대중의 의식 속에 점진적으로 내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최근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이성적 판단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젊은이가 지만원류의 북한군 개입설이 제법 설득력이 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사회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왜곡 담론의 이러한 확산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비판적 판단을 하지 않으려는 대중의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에 기댄 반복적인 노출 효과 덕분이다. 대부분의 유언비어와 거짓 선전의 생산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한 대중의 합리적 무지를 이용하여 왜곡된 담론을 대중의 의식에 내면화시키고, 그 담론을 내재화한 수용자를 숙주로 삼아 담론을 확대 재생산한다. 그러므로 대중의 합리적 무지가 깊으면 깊을수록 왜곡 담론은 그 정당성을 더 확보하고, 그 외연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간다. 무려 39년 전에 광주에서 일어나 비극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자신의 사회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대중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국가가 5·18의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밝혀서 대중을 적극적으로 계몽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 상태이다.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진실위원회’는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이 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토대로 민주화운동으로서 그 역사적 진실을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확인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경원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 역시 이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숙의될 수 있어야 한다. 단, 그 의견의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이성과 보편적 규범이 용인하는 수준 내에서 합리적인 주장의 근거를 갖추고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을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공론장의 기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며, 필자 역시 대통령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인사를 재추천하여 진실위원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표출하시라. 이게 전대미문의 난맥상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하면 반박할 논자들이 여럿 있는데, 그러나 그 누구도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5·18을 폄훼하였다는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다. 필자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실체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며, 단지 그 실체적 사실을 해석하는 이론적, 철학적, 인식론적 관점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주장은 보편적 이성의 판단과 과학적 추론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5·18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하나로서 충분히 용인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국가가 5·18의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밝혀서 대중을 적극적으로 계몽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 상태이다.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진실위원회’는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이 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토대로 민주화운동으로서 그 역사적 진실을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확인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경원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 역시 이 공론의 장에서 충분히 숙의될 수 있어야 한다. 단, 그 의견의 다양성은 어디까지나 이성과 보편적 규범이 용인하는 수준 내에서 합리적인 주장의 근거를 갖추고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을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공론장의 기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며, 필자 역시 대통령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라도 제대로 된 인사를 재추천하여 진실위원회라는 공론의 장에서 5·18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표출하시라. 이게 전대미문의 난맥상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크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