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은 단일 국가가 아닌 BC 1∼기원 후 3세기 무렵까지 한강 유역으로부터 충청·전라도 지역에 이르는 광범위한 권역에 분포되어 있던 부족 연맹의 집단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삼국지’ 동이전을 보면, 마한 지역에 위치한 54개 소국의 명칭이 나열되어 있는데, 큰 곳은 1만여 호(戶)부터 작은 곳은 수천 호에 이른다. 마한 소국 연맹체의 맹주는 목지국의 진왕(辰王)이었다. 마한을 형성한 주체에 대해서는 고예맥족이 남하하여 자리를 잡아 형성한 토착 집단이라는 견해가 있고, 한반도 북부에 위치한 북마한(北馬韓)이 남쪽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세력이라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백제에 흡수·합병되어 잊혀진 고대 국가로 여겨온 마한 역사의 복원을 위해서는 먼저 그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옛모습을 복원하고 확산시키는 몇 단계에 걸친 후속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은둔의 작은 왕국 집단’의 장막을 걷어내고 현창하는 일은 지역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협력과 지원이 필수 불가결한 방대한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마한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미하고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마한은 고구려·백제·신라의 삼국이 정립하기 이전 존재하였던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삼한에 속하는 일개 부족 국가로 치부됐다. 따라서 마한의 강역과 변천 과정, 정치적 구조, 대외관계, 생활문화 등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 작업이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 기반하여 유적지를 복원하는 등의 연관된 후속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예컨대, 54개 소국이 존재하였다는 마한 지역 곳곳을 세부 권역으로 나누어 순례길 탐방 코스를 개설하면 역사 교육과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대규모 고분에 의해 그 실상이 여실히 표출되고 있는 마한 역사의 현재화를 위해서는 지금의 국립나주박물관과 더불어 영암 지역에도 분관 형태의 박물관을 추가로 건립하여, 지역명이 아닌 주제를 가진 국립마한박물관으로 육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마한의 역사 문화를 관광자원화하는 완결판으로 ‘마한 역사문화 테마파크’ 건립이 광주·전남 지역 사회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2006년에 조성되었지만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영암 시종면에 있는 ‘마한문화공원’이 테마 파크의 모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을 핵심 공간으로 하여 나주와 영암 두 지역에 걸쳐 충분한 부지를 추가 확보하여 명실상부한 역사문화 테마파크로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왕인이 살았던 시기로 알려진 4세기 중반의 한반도 서남부 지역은 아직 백제 영토로 편입되기 이전이기 때문에 왕인은 백제 인물이 아닌 마한의 인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안정복은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중국 중심의 역사관에서 탈피하여 ‘단군조선-기자조선-마한-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마한 정통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마한이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는 국가의 변천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한 나라 체계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 경상남도에서는 옛 가야권역을 대상으로 가야사의 복원을 위해 2037년까지 3단계에 걸쳐 무려 108개에 달하는 단위 사업에 1조 726억원 규모의 거대한 예산을 책정하여 초대형 학술 및 문화 관련 사업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근래 이 프로젝트의 하나인 광양, 남원, 장수 등지의 고분 발굴 작업으로 가야의 권역이 호남 경계 지역까지 미쳤음을 실증하는 상황까지도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같은 하늘 아래 살아있는 왕국과 잃어버린 왕국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지역에서의 마한 역사 복원 사업 추진은 국가 균형 발전과 뛰어난 지역 문화 자원에 대한 자긍심의 배양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제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마한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복원하는 종합 프로젝트를 구현해야 한다. 그리하여 백제의 선주 세력이자 고대 문화의 뿌리인 마한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