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금년 설 명절에 ‘축적의 길’이라는 책을 청와대 근무자에게 선물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당장 구입해서 감명 깊게 읽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기업이 마음껏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관료들의 자세가 안 바뀌면 규제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그 내용도 이 책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필자는 행정과 예술 분야에서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해본 바 실천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지금까지 듣고 배우기로는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으나, 중국에서는 ‘백견이 불여일행’(百見不如一行)이라 한다. 더 발전되고 도전적인 교육인것 같다.

필자도 말단 조직에서 일했던 공직자로서 많이 반성이 된다. 수많은 규제, 획일적인 보고서, 경직된 조직의 틀 속에 나도 모르게 갇힌 직장생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젖어 들고 말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매끄러운 한 장짜리 보고서보다는 조금 엉성하더라도 몇 장의 백지 위에 밑그림을 잘 그리려고 노력하는 사람, 이러한 직원이 우대받았어야 했는데…. 지금 시대는 그런 경험이 축적된 고수 즉 달인을 원하는데 말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후회스럽다.

청·장년의 결혼 기피 현상으로 저출산, 부족한 일자리, 청년 취업 문제 등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한 대책과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서 정당 간의 싸움은 끊이지 않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 정당 간 힘을 합쳐도 민생 경제 현안 문제를 풀기가 어려울 텐데 말이다.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좋은 의안 발의 등은 부진하면서도 다른 당을 공격하는 데는 한치의 양보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한발씩 양보해서 국민을 무서워하고 섬기는 즉 직분에 충실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도 발전을 위해서 수많은 밑그림들을 그려서 성과를 낸 경우도 적지 않지만 앞으로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 조직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벽들이 장애물이 되곤 한다.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거나 각종 감사를 의식한다면 어느 구성원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겠는가? 수많은 설계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조직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직원들의 잦은 순환 보직 인사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상사의 지시나, 전임자들이 수행한 현안 사업 추진에만 몰두하는 현상이 아직도 남아 있다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은 이 시대에는 맞지 않다. 정을 맞더라도 끝없이 시도하는 직원을 우대하는 조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와 함께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지역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동력으로 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강연회와 세미나도 자주 열어야 한다.

간부들의 솔선수범과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 함양을 위한 경영 교육과 각종 규제의 과감한 정비와 개선도 필요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확인 행정은 필수다. 무엇보다 실행만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행정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