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3일은 전국 1340여 개의 농·수·축협, 산림조합의 수장을 뽑는 날이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조합별로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4년 8월 1일 제정된 ‘공공 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전국 단위 동시 선거이다. 선거인수로 보면 공직선거의 4240만 명(제19대 대선 기준)의 6%인 270만 명이 참여한다.

그래서인지 조합원이 아닌 혹자들은 조합장 선거를 자신과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각 조합은 이미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내가 아니더라도 나의 가족, 친지 등까지 포함하면 조합과 상관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또한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농업을 식량 자급에 대처하고 기후 변화에 완충 역할을 하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라며, 244조 원의 공익적 가치가 있다고도 평가한다.

이처럼 조합원의 생업이 경제·사회적으로 파급 효과가 큰 걸로 볼 때, 조합장 선거는 사실상 우리 국민 모두의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농업 경영 여건은 물가 상승, 환율·유가·최저임금 인상, 주변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가 대응책의 바로미터인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총 예산의 3.1%인 14조 6000억 원(2019년 기준)을 농업 예산으로 책정하였으나,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농업인들의 자발적 조직인 조합의 경영 능력을 향상시켜 조합원의 이익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의 안정화를 꾀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조합의 수장인 조합장을 잘 뽑는 일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조합별 평균 조합원 수는 2000명 정도로 소규모이고 대부분의 조합 예산도 넉넉지 않은데도, 조합장 선거는 조합 자체적으로는 공정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되어 조합 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200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왔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 선거를 위탁관리한 후부터는 과거보다 깨끗해졌다는 평가를 받긴 하나 돈 선거는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후보자와 조합원 간의 학연·지연 등 연고 관계로 제보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고, 불법 선거에 대한 범죄 의식이 약하며, 한정된 선거인으로 인해 돈으로 표를 사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에 기인한다.

결국 ‘조합원들의 군수’라 불리는 조합장이 되기 위해 조합 경영의 비전 제시보다 몇 억씩의 ‘검은 돈’을 써서 조합원을 매수하여 당선된 사람이 과연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부(富)와 이익을 창출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조합장이 임기 4년에 조합 인사권,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흔히들 얘기하지만 모든 조합 재정이 탄탄하지는 않을 뿐더러, 당선인이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한 이권 개입, 청탁 인사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얼마나 투명한 경영을 추진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든다. 이런 선거 폐습이 누적되면 경영 능력은 뛰어나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은 애초에 ‘선거의 링’ 위에 오를 선수가 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빈약한 후보자들만의 경쟁이 무능한 당선자의 경영 부실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입는다는데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 관리’라는 본연의 직분을 다하겠지만 모든 불법적인 행위를 알 수는 없다. 실질적 심판자인 조합원이라면 누가 성실하고 사업적 수완이 있는지 후보자들의 면면을 잘 알 것이다. 따라서 한 순간의 ‘검은 돈’의 대가로 곪아 터지는 조합의 경영 부실을 통보받지 말고, 경영 비전과 공약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가까운 시일내 두툼한 배당금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물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