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광주시와 전남도는 혁신을 원동력으로 성과 창출에 올인하고 있다. 양 시도의 공동 출연기관인 광주전남연구원도 이 대열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올해로 통합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 나름대로 시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남도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

광주와 전남의 상생의 기치를 높이 들며 어렵사리 설립된 연구원은 통합 취지에 걸맞게 나주에 있는 공동 혁신도시에 둥지를 틀었다. 잘 알다시피 빛가람 혁신도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든 걸작품으로 성장세가 제일 두드러지면서 혁신도시 시즌 2의 모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질적인 문화를 갖고 있었던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의 통합은 무엇보다도 조직의 안정이 시급하였다. 또한 대도시와 농수산 해양의 바탕을 갖고 있는 광주와 전남이기에 지향하는 발전 전략이 달랐다. 여기에 각자도생하자는 생각에서 상대적으로 동반 성장을 간과한 채 살아 왔기에 새로 만들어진 통합 연구원은 추구하는 미션부터 달라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리적인 통합은 가까스로 이루어냈지만 둘이 하나 되는 화학적 결합은 더 많은 시간과 땀이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연구원 규모가 갑절로 커지고 연구원에 거는 높아진 기대감에 부응하기가 어려웠던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었다. 통합 전의 연구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하나만 챙기면 되지만, 이제는 두 지자체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상생 과제를 만들고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껴안게 되는 바람에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 뿌리 공동체인 남도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우리 구성원들은 소명 의식과 보람을 갖고 지금까지 매진해 오고 있다.

필자는 일생을 경영학 공부를 해오면서 터득한 지혜가 있다. 외부 고객이 까다로울수록 기업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니나 파나소닉이 세계적인 전자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일본 소비자들의 꼼꼼하고 철저한 지적 덕분이라고 한다. 자동차 생산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선진 대열에 합류한 것도 차량 관리에 쓸고 닦느라 여념이 없는 한국인들의 습성이 주효했다고 한다. 어느 미국 기자가 쓴 기사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넣었을 때도 출렁거리는 소리가 난다며 불평하는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이유를 알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았을 때 최근 통합 연구원의 지난 3년 성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많은 대안까지 제시해 준 외부 고객인 언론 기관의 노력에 우선 감사를 드린다. 그동안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느라 간과했던 부분, 미처 챙기지 못해 지나쳤던 분야까지 세심하게 살펴봐 준 정성 또한 고맙다.

국책 연구원을 비롯 시도 연구원까지 전국에 많은 싱크 탱크가 산재해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를 갖고 있는 우리 연구원은 통합했어도 충남연구원 하나 보다도 못한 처지에 있다. 인력과 재정의 취약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연구진들을 보면서 수장으로서 가슴이 저며 오곤 한다. 국립대학에서 평생을 봉직했던 필자로서는 대학과 연구원의 연구 환경에 큰 격차를 실감하면서 보다 양질의 성과 제고를 위한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달 하순 우리 전 가족들은 여수 경도에서 무박 2일로 혁신 워크숍을 가진 바 있다. 우리 전 구성원들은 당찬 결의를 다진 바 있다. 시·도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보다 합당한 해법을 강구하면서 현장감 있고 설득력 있는 연구로 환영받을 수 있도록 머리를 싸매자고 말이다.

이제는 광주와 전남의 민감한 현안이라도 상생을 위해서라면 가감 없는 목소리를 내면서 독립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켜 나갈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광주전남연구원은 뼈를 깎는 각고면려의 노력, 가죽을 도려 내는 혁신의 아픔을 감수하면서 시도민들에게 사랑받는 남도의 싱크 탱크로 거듭나고자 한다. 우리 연구원을 변함없는 사랑으로 아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