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다.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해 역사 왜곡 대응 자료 수집을 위해 항일역사탐방단과 함께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방문단의 첫 번째 방문지는 3·1 운동의 마중물이 된 2·8 독립 선언 성지였다. 3·1 운동이 일어나기 20여 일 전 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세계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립 선언’이 행해졌다. 식민 시대 피지배국의 민중들이 지배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감행한 ‘2·8 독립 선언’이 그것이다.

2·8 독립 선언은 1919년 2월 8일 조선인 유학생 600여 명이 도쿄의 ‘재일본 도쿄 조선 YMCA 회관’에 모여 조선의 독립을 외친 역사적 사건이다.

100년 전 2·8 독립 선언 발표 당시의 그 건물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불타고 600m 떨어진 현 ‘재일본 한국 YMCA 회관’으로 옮겨왔다. 입구에는 ‘조선 독립 선언 1919. 2·8 기념비’가 서 있다. 2·8 독립 선언의 핵심은 일본의 강제 병합이 우리 민족의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고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독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피를 흘리는 싸움을 할 것’이라는 투쟁 의지를 담고 있다.

방문단은 2·8 독립 선언 기념 자료실을 둘러보고 100년 전 ‘피의 싸움’을 천명한 독립운동 선언문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2·8 독립 선언 기념 자료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비좁고 초라했다.

최근 한·일간의 불편한 관계와 역사 인식의 이질감 등으로 100년이 지난 오늘, 남의 나라 수도 한복판에서 2·8 독립 선언을 목소리 낮춰 이야기하는 것 같아 아쉽고 씁쓸했다. 한 관계자는 “2·8 독립 선언은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재판 기록 등을 찾지 못해 관련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고 전했다.

사진과 전시물을 살펴보던 중 색깔이 바랜 한 권의 잡지책에 눈길이 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2·8 독립 선언’을 높이 평가한 북측 잡지(천리마, 2006년 8월호, 평양)였다. 내용 일부를 소개해보면, “2·8 독립 선언 운동은 일제의 조선 강점 후 일본에서 벌어진 반일 운동을 말한다. 1918년 겨울 재일 조선인 유학생들의 웅변 모임이 있었다. 웅변 대회에 참가한 청년 학생들은 저마다 일제의 포악한 식민지 정책을 민족적 울분을 담아 폭로 규탄하면서 애국의 피가 흘러 넘치는 청년 학생들이 기수가 되어 독립운동에 앞장 설 것을 호소하였다.(중략) 도쿄 한복판에서 재일 조선인 유학생들이 벌인 이 투쟁은 일제 침략자들에게 커다란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었으며, 우리나라에서의 전 민족적인 3·1 운동의 폭발을 촉진시키는데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2·8 독립 선언은 3·1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에는 분단 상황은 아니었지만 남과 북측이 이념적 갈등이나 편견 없이 오직 조선 독립에 대한 합치된 열망 하나였다. 2·8 독립 선언 100주년을 맞이해 2·8 독립 정신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고, 그 숭고한 정신을 계승 발전하여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일본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2·8 독립 선언 정신을 되살려 분단과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 통일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1919년 2·8 독립 선언을 시작으로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년 후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학생들의 뜨거운 자주 독립운동의 불꽃이 타올랐다. 100년이 지난 오늘,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나라 사랑과 헌신을 생각한다. 우리는 그 안에서 자주 독립 국민으로 살고 있다. 역사를 잊지 말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