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지났다. 자영업자가 많은 식구들은 명절이면 모여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한 격론을 벌인다. 이번 설의 주제는 최저 임금이었다. 예상대로였다. 자영업이 어려워서일까. 비판적이었다. 압도적 숫자로 내가 밀렸다. 고상한 명분은 설 자리가 없었다.

식구들에게 다 못한 말이 있다. 지면을 통해서라도 전하고 싶다. 낙수 효과는 상위계층의 소득이 증대되면 경제가 성장하여 중산층 서민층 등으로 경제 효과가 유입된다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분수 효과는 상위 계층에게 누진세를 강화하고 세금을 늘려 하위 계층의 소득을 증대시키면 소비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져, 그 효과가 중산층 그리고 상위 계층까지 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쳤고, 세계 경제 10위권이란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세계화의 심화는 많은 곳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야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얼마 전 그리스 사태를 지켜보면 재정 확대를 해야 하는데도 국가가 속절없이 투기 자본의 채권 확보를 위해 긴축 정책을 펼쳤다. 국가의 정체성에 의심이 갈 만한 씁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제의 효율성과 성장만을 강조하면 중산층, 서민층은 기초가 탄탄하지 못 한 채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린다. 국가는 제 국민을 지킬 수 없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옳다. 근시안적인 낙수 효과란 마약보다는 장기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의 기초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분수 효과가 국가 경제의 면역력을 높이는 처방이다.

로버트 블레커 아메리카 대학교 교수는 ‘소득 분배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면서, 기업 이윤보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갈수록 소비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불평등의 대가’의 저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은 절대적으로 옳다고까지 하였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을 정반대로 움직여야 한다. 엄청난 거부감이 들것이고 불편할 것이다. 기득권은 두려워할 것이다. 보수 언론·정당은 소득 주도 성장을 포기시키려하고 있다. 국민들은 ‘인지적 포획’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혹여 총선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 섣부른 규제 완화와 독점적 지위 등을 인정해주는 낙수 효과 정책으로 돌아서는 건 안 된다. 재정 지출은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 할 수 있는 교육, 기술, 기초 과학, 미래 기반 시설 등에 투자돼야 한다. 자본 이득과 독점 자본(보조금 포함)에 과세해 조세의 공정성을 세워야 한다. 하위 계층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과 실업 급여, 의료, 복지와 소득을 증대 시킬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광주만 보더라도 독점적 자본은 아무런 경쟁 없이 독점적 지위로 시장 수익률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곳이 있다. 광주 제2 순환도로와 해양도시가스다. 이윤이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경쟁을 통한 경영의 성과여야 한다. 국가 기관으로부터 독점적 특혜를 받고 있으면서 다른 경쟁 사업과 같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순 없지 않겠는가?

최저 임금이 문제라면 근로 장려 세제로 노동자의 실질적 소득을 높여주고 최저 임금은 속도조절을 하면 될 문제다. 결국 정치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답’이라는 얘기다. 후퇴하지 말자.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의 성취를 위해 정치가 보다 담대해지자. 정치가 보다 직진하자. 결국 정치가 해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