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해 8월 8일 ‘섬의 날 제정과 정부의 섬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의 시작과 마지막에는 유달산에서 내려다본 목포 앞바다 야경 사진이 담겨 있다. 3면이 바다인 반도에서 수많은 항구 중 목포항의 모습이 의미 있는 자료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것이다. 사진은 피붙이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섬들, 자연 방파제인 섬들이 연출하는 잔잔한 바다, 목포 북항과 고하도를 연결하는 목포대교, 목포 앞바다를 유유히 지나는 여객선 등이 연출한 목포의 매력을 제대로 포착했다. 이처럼 낭만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다도해가 있다. 사진은 다도해의 외형적 매력만큼 중요한 사실도 전한다. 바로 목포가 대한민국 섬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목포는 다도해인 서해와 남해의 경계에 가까운 지역에 있다. ‘섬의 관문’, ‘대한민국 섬의 수도’라는 수식어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천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 속에 섬은 존재감과 중요성이 크지 않다. 제주도, 울릉도, 독도, 강화도 등처럼 관광지, 역사유적지, 일본과 갈등 등과 연결되지 않으면 대체로 이름이나 위치가 낯선 편이다. 다도해 섬의 경우 태풍 북상시 집채 만한 파도가 방파제를 덮치는 장면이 뇌리에 깊다. 이처럼 섬은 고립, 소외, 낙후 등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이질감 있는 공간으로 인식에 남아 있다.

반갑게도 이런 인식을 지우고, 대한민국 모든 섬이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재인식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바로 8월 8일 ‘섬의 날’이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이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정부가 올해 제1회 기념행사 개최지로 전라남도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전라남도 섬의 위상과 상징성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제 전라남도가 기념 행사 개최지로 어느 지역을 선택하느냐는 결정이 남아있다. 목포시는 전라남도의 물음에 신안군과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목포시와 신안군은 제1회 개최지로서 마땅하다는데 뜻을 함께 하고 지난 21일 공동 개최 합의문에 서명했다. 상징성이나 국가 기념일 제정 기여도 등에서 공동 개최는 타당성이나 당위성이 충분하다.

양 시군은 전남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섬을 가장 대표하는 지역이다. 목포는 신안 도서 지역, 제주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입출항하는 항구이자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요충지다. 또 서남해 청정해역 수산물의 집결지다. 신안은 섬으로만 구성된 지방자치단체로서 76개 유인도에서 주민 모두가 거주한다. 특히 단일 지자체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1004개)을 보유하고 있는 ‘천사의 섬’이다. 목포·신안의 상징성과 제1회 기념행사의 상징성은 이렇게 맞물린다.

섬의 날 제정 기여도도 그렇다. 국내 유일의 섬 연구기관인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오랫동안 섬의 가치를 재조명해 결국 국가 기념일 제정까지 이끈 일등공신이다. 도서문화연구원과 목포 지역 정치권, 언론, 민간단체 등의 끈질긴 노력이 없었다면 섬의 날은 요원했을지 모른다.

양 시군이 기념행사 개최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중장기적 파급 효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서 목포는 환서해권 경제벨트의 출발점이다.

목포를 비롯한 서남권이 든든한 한반도 평화 경제의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목포시는 ‘서남권 종합발전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에서 발굴한 대형 프로젝트가 국가사업화되어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뒤따른다면 서남권은 학수고대하던 번영의 새 시대 문을 열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육지면 최초 재배지’ 고하도, ‘기암괴석의 섬’ 홍도, ‘삼시세끼’ 만재도. 이처럼 목포와 신안에는 저마다 특색 있는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섬들이 수없이 많다. 섬이 주인공인 첫 번째 잔치가 그들의 중심지에서 열리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