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대기업 중심의 극심한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에 두고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켜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 200일을 즈음해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 축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기술 탈취, 납품 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 거래 등 일부 대기업의 불공정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불공정·불합리·불균형 등 3불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공정경제의 초석을 튼튼히 해달라”고 중소벤처기업부에 당부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중소기업 사업자 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공정위가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며 “이제부터라도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중소사업자들의 지위와 협상력을 제고해 대기업과 대등하게 거래 단가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해 국정감사장에서 하도급 갑질이 또 다시 폭로됐다.

대표적 불공정 사례를 보면, 한 대형 건설업체는 노무비 10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공사를 낙찰받고도 노무비 60%를 사전 은폐한 채 하도급 입찰을 실시했다. 반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공사를 하청 업체에 떠넘긴 것이다. 나아가 이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사건은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또 당초 신공법을 약정해 놓고 공사가 시작되자 재래식 공법을 강요하고 끝내 계약을 해지해 1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대형 원도급 업체 직원들의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이 유독 심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왔다.

당시 사회 일각에서는 일명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 대회’가 개최됐다. 원도급사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발주자도 원도급사도 아닌 하도급사가 수십억 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앉았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원도급사는 잘못을 감추기 위해 강제 계약 파기 위협, 기성 지급 중지, 부당한 물량 축소, 각서 등 불법·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 또 다른 중소업체는 현장·안전 관리에 책임 있는 원도급사가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하도급사에 전가해 결국 도산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같은 건설 현장의 불공정 행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절되지 않는 대기업 갑질로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 협력 업체가 늘고 있다. 정부조차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위 소관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종종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현 시스템은 점검이 필요하다.

하도급 업체가 도산한 현장은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피해를 당한 하도급사는 대기업 갑질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 횡포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건설 산업은 혁신의 2018년을 지나 2019년 격변이 예상된다. 알다시피 정부는 지난해 노사정 합의에 따른 건설 산업 생산 구조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는 후속으로 업역 규제, 업종 체계 개편을 위한 세부 지침이 마련될 예정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 원동력이 되었던 건설 산업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를 한 단계 더 발돋움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러한 정부의 혁신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설 현장의 불법·불공정 거래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혁신의 노래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올 뿐이다. 우리 사회에 건전하고 투명한 건설 산업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두 나서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원팀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