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용호상박(龍虎相搏), 호시탐탐(虎視耽耽). 이 모두 호랑이와 연관된 속담이나 사자성어들이다. 우리나라에는 유독 호랑이와 연관된 이야기나 속담, 그림들이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도 ‘호돌이’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호랑이가 많이 서식했기 때문이다.

목포 유달초등학교에는 호랑이 박제가 전시되어 있다. 1908년 영광 불갑산에서 잡은 호랑이를 일본인이 사들여 박제한 후 그들이 다녔던 학교에 기증한 것이다. 우리나라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에 무차별 포획되어 사라졌지만 그 마지막 모습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해발 고도 516m로 그리 높지 않은 불갑산에 호랑이가 서식할 수 있었던 것은 시베리아에서 백두대간, 호남정맥, 영산기맥을 따라 국경과 장벽이 없이 먹이 사냥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불갑산 일원의 생태 환경이 우수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갑산 일원의 자연 자원 조사에서는 1044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수달, 구렁이, 새매, 진노랑 상사화 등 다양한 멸종 위기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갑산 기슭에는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의 군락지가 위치하고,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뒤 최초로 세운 것으로 알려진 불갑사도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일 전라남도는 불갑산 자연 생태 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관리를 위해 불갑산을 도립공원으로 지정·고시했다. 불갑산은 자연 생태계가 우수하고 자연 경관과 문화 경관이 조화를 이루어 오래 전부터 도립공원 지정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곳이다.

이번 도립공원 지정으로 전라남도는 조계산, 두륜산, 천관산, 무안 갯벌, 신안 갯벌, 벌교 갯벌에 이어서 7개의 도립공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동안 전라남도는 다양한 자연 생태계와 우수한 자연 경관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에 역점을 기울여왔다. 전남의 보호 지역은 국립공원이 6개소, 유네스코(UNESCO) 생물권 보전 지역이 2개소, 생태·경관 보전 지역이 5개소, 습지 보호 지역이 10개소, 특정 도서가 104 개소 등으로 지정 수나 면적에 있어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자연 공원내에 사유지가 많아 지정 및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불갑산 도립공원내에도 사찰림을 포함한 사유지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과제 또한 적지 않다. 도립공원은 자연 자원을 잘 보전하고 동시에 생태·문화 탐방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지정 취지가 있다. 그런 만큼 도립공원의 체계적인 보전, 관리, 이용을 위해 탐방 안내소, 탐방로, 생태·문화 체험 시설 등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영광군은 불갑산 도립공원 지정으로 지역의 새로운 브랜드 하나를 더 얻게 되었다. 앞으로 불갑산 자연 생태 자원의 가치를 높여 생태·문화 관광 명소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백수 해안 도로와 올해 개통 예정인 칠산대교 등 해안권의 관광 자원과 불갑산을 중심으로 한 산악 자원을 서로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민 자치 시대의 도래에 맞춰 기반 정비 및 관리, 탐방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 등의 과정에 주민 참여를 촉진해 지역의 자긍심 향상과 소득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쉬운 점은 불갑산이 영광군과 함평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광군 일원만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도립공원 지정 및 운영의 긍정적 효과가 확산되어 머지않은 시기에 함평군 일원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