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집권 초반을 넘기고 있다. 그 동안 혁명 정부답게 대립과 긴장의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평화 무드로 바꾸는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성과를 보였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들먹일 때마다 떠오르는 다른 얼굴이 있다. 바로 장석웅 전남도 교육감이다. 지난해 전남교육감 선거에서 촛불 교육감 후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승리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선거 공약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실 바꾸기’였다. 나는 그 말에 공감이 갔다.

교실 바꾸기에는 전제가 뒤 따른다. 권위주의, 전시 행정, 성과주의 등의 구시대적 잔재 청산이 그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보수적 집단이라는 오명답게 그것이 청산되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의 교육 현장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전남 교육의 수뇌부가 권위주의, 전시 행정, 성과주의에 물든 조직을 바꾸려는 의지가 부족했거나 그 일에 소홀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데 결국은 사람을 잘못 썼다는 얘기다. 따라서 장석웅 교육감의 교실 바꾸기는 사람을 잘 쓰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며 인사가 만사임을 천명한 것이다.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처럼 교육계에 대대적인 정기 인사가 단행된다. 작년 여름 인사가 새 참모진을 짜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면 새봄에 단행될 정기 인사는 전남도 각 시군의 일선 장병(?)들까지 총망라하는 그야말로 장석웅 새 교육감의 개혁 의지를 확실하게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장이 될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그리고 핵심 개혁 과제는 집권 초기에 성사시켜야한다. 따라서 ‘교실 바꾸기’를 위한 첫 번째 개혁 인사가 그 어떤 이유로도 머뭇거리거나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도농 각지에서 교실이 바뀌기를 바라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지역민, 그리고 지지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개혁에는 아픔이 따른다. 개혁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달걀은 깨야 음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제갈량이 법을 엄정히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아끼는 장수를 울면서 벤(읍참마속) 것처럼 개혁은 단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하여 허름한 초옥을 세 번씩이나 찾을(삼고초려) 정도로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한 간절함도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 장석웅 교육감의 교실 바꾸기도 일선 학교 교실에는 얼씬도 못한 채 시군 교육지원청이나 학교 교문 앞에서 멈춰버릴 정도로 어정쩡하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개혁은 아무리 잘 해도 전부가 박수 치는 일은 없다. 선거 때 받은 지지율만 유지해도 성공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오직 학생만 바라보고 교실 바꾸기에 전념해야 한다.

다가오는 새봄, 장석웅 교육감의 개혁 인사가 일선 학교 교실에까지 따스한 봄바람을 몰고 와 각급 학교 교실마다 학생과 선생님들의 희망에 찬 웃음소리로 가득 찼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