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임용철 위민연구원·다큐 감독
2019년 01월 21일(월) 00:00 가가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에겐 남은 시간이 없다
요즘 방학철을 맞아 극장가에서 가장 발길이 이어지는 영화는 단연 ‘말모이’다.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 주시경 선생 등이 이끄는 조선 광문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편찬에 대한 실제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영화는 전국 모든 학교에서 우리말 교육뿐 아니라 사용까지 금지됐고 국어 시간에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배웠던 시대라는 암울했던 역사를 극적으로 풀어낸다. ‘말모이’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썼던 엄유나 감독의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에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있었던 실화가 주는 감동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문득 생각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있었다. 작년 여름 기대와 달리 흥행에 실패하고 극장에서 사라진 ‘허스토리’란 영화다. 영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스물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관부재판을 다룬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된 ‘위안부’ 원고 세 명과 여자정신근로령에 의해 일본 공장에 동원된 ‘근로 정신대’ 원고 일곱 명이 일본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사건(관부재판)의 실제 재판 과정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영화 ‘허스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지만, 실제 재판 당시의 관계자들이 영화 속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영화 제작자와 사건 관계자들 사이에 견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허스토리’는 영화평론가들 사이에 2018년 안타깝게 묻힌 영화로 꼽힌다.
2019년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다.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광주학생운동이 발생한지 90년이 되는 해이다. 극장가와 방송의 올해의 화두도 ‘역사’다. 암울했던 당시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한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가 여기저기서 많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필자 또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영화 ‘허스토리’에 언급된 ‘근로 정신대 할머니’를 소재로 할머니들을 돕고 있는 ‘일본 나고야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 정신대’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선여자근로정신대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한 일제가 전시 체제에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강제로 미쓰비시 등 군수공장 등에 투입된 배우자가 없는 12~40세의 조선 여성들을 말한다.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에 동원된 당시 12~14살 조선의 어린 소녀들은 돈도 벌고 상급학교로 보내 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으로 끌려가 혹독한 인권침해 속에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해방 후 돈 한 푼 못 받고 고국에 돌아온다.
하지만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동원 목적과 경로가 일본군 위안부와는 달랐음에도 당시에는 “일본에 정신대에 끌려가면 위안부”라는 소문이 돌았다. 결혼을 앞두고 위안부로 오해받아 결혼이 쉽지 않았고 간신히 꾸린 가정도 오래 못가고 파경에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60여 년 세월을 징용 사실조차 숨긴 채 살아야만 했다.
이런 나고야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세상에 알린 사람들이 바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지원회)라는 양심적인 일본 사람들이다. 관부재판에 이어 새롭게 일본에서 재판을 하는데 바로 할머니들이 동원된 나고야에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10여 년에 걸쳐 일본 최고 재판소까지 진행된 재판에 드는 비용과 할머니들의 체류비 일체를 부담하며 재판을 진행하지만 끝내 패소하고 만다.
이에 자극을 받아 한국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생기고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작년 11월 29일 대법원은 ‘원고’ 할머니들에게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일련의 과정 동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모든 사과와 배상은 끝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면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흔이 넘은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동원 목적과 경로가 일본군 위안부와는 달랐음에도 당시에는 “일본에 정신대에 끌려가면 위안부”라는 소문이 돌았다. 결혼을 앞두고 위안부로 오해받아 결혼이 쉽지 않았고 간신히 꾸린 가정도 오래 못가고 파경에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60여 년 세월을 징용 사실조차 숨긴 채 살아야만 했다.
이런 나고야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세상에 알린 사람들이 바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지원회)라는 양심적인 일본 사람들이다. 관부재판에 이어 새롭게 일본에서 재판을 하는데 바로 할머니들이 동원된 나고야에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10여 년에 걸쳐 일본 최고 재판소까지 진행된 재판에 드는 비용과 할머니들의 체류비 일체를 부담하며 재판을 진행하지만 끝내 패소하고 만다.
이에 자극을 받아 한국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생기고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작년 11월 29일 대법원은 ‘원고’ 할머니들에게 손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일련의 과정 동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모든 사과와 배상은 끝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면 일본 정부와 기업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흔이 넘은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