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아침 해 같은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광주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빛그린 산업단지의 친환경 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새해엔 본격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현대차 완성차 공장이 광주로 유치될 것으로 믿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고 그 엄청난 숙제가 새해를 맞이하는 광주 시민들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돼 젊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했다. 지난해 12월엔 그 기대가 결실을 맺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광주 지역 노동계가 ‘자동차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하자’는 규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에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한발 물러나 논란이 된 문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자고 했지만, 이번에는 현대차가 수용 거절 의사를 밝히며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쏟아 부은 터라 시민들의 허탈감은 더 했다.

처음부터 광주형 일자리가 쉬운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사민정의 입장이 모두 다르고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광주공장 근로자들의 입장이 다르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입장이 또 다르다.

기존 근로자들과 새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 입장이 갈린다. 최근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어 기존 자동차 근로자들은 연장 근로수당과 상여금도 못 받는 상황인데,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만든다니 달가울 리 없다. 노동조합 안에서도 자식들 취업을 걱정하는 아버지 세대 노동자와 삼촌이나 형님 세대 노동자 입장은 다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사 노동자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를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도 봐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받을 수 있다고 엄포도 놓고 있다. 정부 입장도 난처하다. 과거처럼 현대차를 마냥 압박할 수도 없는 구조다. 이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과 입장이 다 다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마디씩 충고를 한다. “광주형 일자리라는 대의를 위해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당위성만으로 상대방을 압박해서도 안된다. 일시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서로가 도움이 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컨센서스를 이뤄야 할 것이다”라고. 모두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서로가 윈윈하는 방안을 찾고 공감대를 확산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광주가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광주는 울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 도시다. 자동차 산업이 광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육박한다. 자동차 산업은 광주 최대 주력 사업이다. 그러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취약함이 드러난다. 광주 지역에 자동차 부품 기업이 280여 개에 달하는 데 1차 협력회사는 27개사다. 전국 1차 협력사 890여 개 가운데 3% 남짓한 수준이고 영세한 중소 부품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도 차체를 만드는 대물류 중심의 부가가치가 낮은 회사가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들을 타개하고 광주 자동차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대차 완성차 공장 유치다. 우리가 이 일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는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앞장섰던 도시다. 광주시민은 공동체가 위기에 처할 때 외면하지 않고 높은 시민 의식과 연대 의식을 발휘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낸 역사적 경험과 저력을 갖고 있다. 5·18의 정의로운 항쟁이 정치, 사회 민주화로 이어졌듯이, 광주공동체 정신을 경제 민주화로 계승하겠다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의 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새해를 맞이해 광주 시민들이 슬기롭게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 침체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제조업체에 신선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