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음주 운전, 폭행, 승부 조작, 브로커, 금지 약물, 성매매, 성폭행……. 모두 신문 사회면에서 범죄를 다룰 때 등장할 법한 단어들이지만 이들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야구 기사에 등장했다.

2015년 당시 압도적인 성적을 구가하던 삼성 라이온스 투수 몇 명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았다. 뒤이은 한국시리즈의 엔트리에 그들은 제외되었고, 소속 팀은 우승을 놓쳤으며 사후 징계도 받았지만 안지만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이번 시즌까지 멀쩡하게 활약했다. 임창용은 고향인 KIA 타이거즈로 돌아와 출장 금지 징계를 소화한 후 팀의 불펜 투수로 뛰며 우승까지 맛봤다. 윤성환은 FA 재취득 자격을 얻었으며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 핵심 불펜으로 뛰며 자신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음주 운전은 그 사례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LG 트윈스의 윤지웅은 새벽 6시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팀 레전드의 은퇴 회식을 핑계 댔지만 이내 그마저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났다. 한국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에릭 테임즈 역시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으나 소속 팀은 그 내용을 감독에게 숨기고 출전을 강행하려 하기도 했다. 테임즈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대단한 활약을 펼친 강정호는 음주 운전 사고 후 동승자와 짜고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치졸한 치밀함까지 보이다가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비자 발급이 미뤄지면서 수년을 통째로 날려야 했다. 강정호는 음주 운전 적발만 세 번째였다.

운동선수에게 위계에 의한 폭행은 아주 오래 각인되어 온 악습 중의 악습일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규모도 큰 야구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신인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 준 히어로즈의 안우진은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야구 배트와 공으로 때렸다. 그는 사건이 불거진 후 인터뷰에서 ‘야구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팀의 대선배 이택근 또한 최근 후배를 폭행했다는 문우람의 폭로가 있었다. 그에 대한 사과에서 이택근은 ‘심각한 상황의 폭행은 아니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성 문제에 대해서는 야구 선수들의 젠더 의식 자체가 의심스럽다. MVP 출신 거포 김상현은 백주 대낮에 음란 행위를 벌이다 적발돼 선수 생명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몇몇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룸살롱, 안마방 등지에서 야구 선수를 목격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문우람의 폭로에서도 안마방은 등장한다. 같은 팀의 투·포수였던 박동원·조상우는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채 재판 중이다.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흔든다는 승부 조작은 또 어떠한가. 앞에 말한 문제들이 폭로된 문우람의 기자 회견은 승부 조작 브로커로 몰린 그가 동료 이태양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한 자리였다. 그의 호소와는 달리 법원은 관련 내용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불과 6년 전, LG 트윈스의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던 박현준 또한 승부 조작 혐의로 마운드를 떠나야 했다. 과거로부터 얻은 교훈은 없었다.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다.

금지 약물은 야구계가 나서서 행위의 심각성을 지우는 모양새다. 약물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을 때 적발된 김재환은 징계 후 몇 년 사이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가 되었고 급기야 이번 시즌 MVP를 수상했다. 기자들의 투표, 선수단의 투표, 은퇴 선수의 투표 모두 이 외야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야구로 문제를 일으켜 야구로 은혜를 갚는, 이 이상한 방식의 결초보은은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논란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놀랍게도 이 모든 일은 최근 5년 내외에 벌어진 것들이다. 5년 동안 프로 야구 관중은 꾸준히 늘었고, 올해도 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으며 더 많은 사람이 티브이나 휴대 전화로 야구를 접한다. 정운찬 총재는 ‘클린 베이스볼’을 KBO의 모토로 내걸었지만, 어디서부터 깨끗해져야 할지 감도 못 잡은 듯하다. 큰 권한과 인기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야구를 잘하는 것과 프로 선수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문제는 야구를 하는 사람들만 모른다는 것인데 이게 진짜 문제일지도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