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자기 집을 짓는 꿈을 꾼다. 그러나 막상 집을 지으려면 허가부터 설계, 재료, 공법, 시공자 선정 등 건축 과정이 녹록지 않다. “집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는 말도 그만큼 집 짓기의 고단함을 표현한 것일 게다. 친구가 요즘 핫(Hot)한 주거 트랜드인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지어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그 땐 광주가 한참 35도를 웃도는 폭염 상태였는데 그 집은 25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실내 온도와 쾌적함에 적잖이 놀랐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과 기밀성을 강화시켜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하여 수익과 환경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미래형 주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친구도 패시브 하우스 건축을 제안받았을 때는 다소 걱정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생소한 자재나 공법을 선뜻 적용하기가 두려웠고, 무엇보다 건축 초기 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초기 비용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냉·난방비의 절감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앞으로 집을 지을 사람이라면 첨단 단열 공법의 패시브 하우스를 적극 권하고 싶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0.65도 더 오를 경우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의 감축 방안이 전 세계의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바야흐로 각 나라마다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역할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미국이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약은 세계 195개국 나라가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폭을 산업 혁명 이전 대비 1.5∼2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여야 한다.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 녹색건축물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건축물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6.9% 감축하여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신축 건축물에 대한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의무화를 목표로, 2017년부터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건축물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녹색 건축물의 설계 기준을 마련했다. 건축사 등 관계 전문가와 TF팀을 구성하여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6차례 회의를 거쳐 고시안을 확정했다. 녹색 건축물 설계 기준 적용 대상은 비주거 500㎡ 이상, 주거 30세대 이상의 신규 건축물이다. 이들 건축물은 인·허가시 녹색 건축 인증, 에너지 성능, 에너지 관리 분야의 설계 기준 적용 검토서를 제출해야 한다. 광주시는 건축사, 건축주 및 자치구 인허가 부서 담당자를 대상으로 녹색 건축물 설계 기준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병행할 예정이다. 설계 기간 등도 고려해 6개월 정도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녹색 건축물은 인증 등급에 따라 용적률과 높이를 15%까지 완화하는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연간 관광객 1천만 명이 몰려드는 태양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초로 도시내 모든 신축·개보수 건물에 태양 전지 패널을 설치, 온수 공급량의 60% 이상을 태양 에너지로 충당토록 하는 ‘태양열 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시 청사 등 공공기관에는 전력 생산용 태양광 패널이, 가정에는 온수를 만드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되고 있다. 태양열 조례 제정으로 가정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예전보다 30% 이상 줄었고, 병원 등 공공기관은 5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자연조건을 잘 활용한 최고의 환경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건축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생태적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프란츠 알츠는 “태양은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광주시도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 자연을 통한 생태적 에너지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를 건축에 반영해야 할 때다. 생태적 에너지가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도록 행정은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광주시 녹색 건축물 설계 기준 제정이 온실가스 감축과 ‘광주 1도 낮추기’ 정책의 성공적인 변환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