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TK(대구·경북)는 40여 년을 집권하였다. 과거 호남 사람들이 중앙의 힘있는 부처 사무관도 만나기 힘들 때 TK 사람들은 한 다리 건너면 장·차관, 국장과 연결되었고 이 나라 역사를 주도한다는 자부심이 높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TK 사람들이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고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은 중앙에서 한자리 차지한 TK 출신 서울 사람들이고, 정작 대구·경북의 토박이 TK들은 출향 인사들의 출세 소식에 괜시리 헛배만 부를 뿐, 수십 년이 지나고 보니 정작 먹고 사는 문제는 다른 지역보다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뒷걸음질 친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국가 통계(2018년)를 보면 1인당 GRDP(연간 생산액)의 경우, 대구(2018만 원), 경북(3699만 원)은 광주(2256만 원), 전남(3810만 원) 보다 떨어졌다(전국 평균 3204만 원). 청년 실업률은 광주(8.5%), 전남(8.4%)에 비해 대구(11.9%), 경북(10.8%)이 높으며 전국 평균(9.4%)을 상회한다. 주관적 소득 만족도는 전국 평균이 13.3%인데 광주(15.2%), 전남(15.7%)보다 대구(10.7%), 경북(12.7%)이 상당히 낮다. 대구·경북에 계속 살아온 TK 사람들의 불만과 푸념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호남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최근 특정 시사주간지가 특집(2018년 12월)으로 문재인 정부 100대 요직 지역 분포를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와 비교해 게재한 내용을 보면 TK 인사는 21명에서 7명으로 줄어든 반면, 호남은 13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호남 출신들은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총장 등 정권의 핵심 자리를 맡고 있고 공무원들도 중앙 부처에서 예전에는 가기 힘들었던 핵심 보직에 진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 출신 인사 중용은 그간의 호남사람들 소외감을 해소하고 자존심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또한 중용된 지역 출신 인사들을 통해 지역 예산 확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애로 사항 해결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TK지역 사람들의 뒤늦은 후회에서 보듯 중앙 무대에 지역 출신 인사들이 기용되는 것과 별개로 장기적으로 호남 지역이 잘 살고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될 광주·전남의 핵심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해서 지역의 생산성과 고용률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로, 지역 주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와 협치가 강조되는 거버넌스를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주민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사안들은 가능하면 직접 참여하여 해결하고 소수 의견도 존중해나가는 자치와 공동체 정신을 배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호남이 대한민국의 갈등을 해결하고 새로운 도약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호남은 이제 소외된 변방이 아니라, 이 나라를 이끌 주도 세력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선진화의 길을 호남이 열어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