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말의 대체어로 무엇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는 단어가 없다. 민주주의란 말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어 구시대적 언어 같아 다른 대체의 말을 찾아 쓰고 싶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말을 찾아 쓰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정치 형태.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을 때 국민들은 집단적 저항으로 권력과 맞선다. 여기까지는 지난 근대화 과정에서 그리고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 숱하게 경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가 흔히 직장에서 일어나는 ‘갑질 문화’라고 부르는 것도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땅콩 회항’ 조현아부터 ‘물 컵 투척’ 조현민에 이르기까지의 대한항공에서 벌어진 문제가 단순히 갑과 을의 문제인가? 또한 대한항공이라는 기업만의 특수한 문제일까? 선뜻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지금 당신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숱하게 벌어진 일이고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오면 수많은 저항과 투쟁을 통해 민주화가 되었는데 왜 민주주의는 직장 앞에서만 멈추어 서 있을까?

우리가 군대 문화를 이야기 할 때 계급과 서열 그리고 상명하복으로 대표되는데 우리 직장이 군대와 닮아있다면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직장은 군대와 닮아있는 것이 많아도 너무도 많다. 학교의 세 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학교 자치를 이루어 나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교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학교도 그렇고, 창업자의 유훈인 ‘무노조 경영’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는 삼성으로 대표되는 대기업 문화를 생각해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다.

노조 문제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노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런 보호막 없이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기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는 개인의 용기뿐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직장 민주주의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에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여성가족부에서 인증하는 ‘가족친화 인증’과 같은 ‘민주적인 직장’ 인증제를 시행했으면 한다.

2008년 처음 가족 친화 인증제를 운영할 때 자녀 출산이나 양육 지원, 유연 근무 제도 등 가족 친화적인 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에 ‘가족친화 인증’을 부여했다고 한다. 물론 운영 초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2017년 중앙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을 가족 친화 인증 의무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 제도가 강화되었고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인증을 받게 됐다. 그 결과 2017년 기준 768개 의무 대상 공공기관 중 750개가 인증을 받았고 전체적으로는 2802개에 이르렀다.

한번 인증을 받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증제가 진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재인증을 받을 때이다. 처음에는 조금 쉽게 인증을 받게 해 주더라도 재인증을 받을 기간동안 기본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모든 인증제가 그렇듯 회사 차원에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는데 그 사회가 ‘이런 것도 좀 하세요’하고 요구하는 항목들이다.

직장 민주주의도 각 직급 간에 간단한 교육을 이수하게 하고, 직급 간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사회 등에 ‘어필’할 수 있는 제도나 절차를 갖추게 할 수 있다. 물론 직장 민주주의 표준 매뉴얼 같은 경우는 기업이 개별적으로 만들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기업에서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온 국민이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그렇게 에너지를 쏟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가의 민주주의를 넘어 직장 민주주의로 일상생활이 바뀌고 직장 다니기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