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광주는 삼한시대에는 마한에 속했다가 백제가 건국하며 무진주로, 남북국시대에는 무주로 불렸다. 이후 견훤이 세운 후백제의 도읍이었다가 지금의 광주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고려 태조 때인 940년부터였다. 광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수운이 발달하고 드넓은 곡창이 있는 나주에 밀려 큰 도시는 아니었다고 한다. 1896년에 전국 13도제가 실시되고 나주에 있던 전남도청이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까지 광주는 나주의 행정 그늘에 묻혀 있었다.

해방 이후 광주는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1949년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광주시(光州市)로 개칭되었으며 도청 소재지로서 행정과 상업의 중심 기능을 했다. 한국동란 때 육군훈련부대가 상무동에 자리한 뒤로 광주는 전라남도의 행정, 상업, 교육의 확고한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결정적으로 여수와 순천, 목포를 잇는 호남선과 1970년대 호남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명실상부 호남의 대표 도시로 성장했다.

1973년 구제(區制)가 실시됨에 따라 광주는 기존의 6개 출장소를 통합해 동구·서구를 신설하고 이듬해 장성군 일부를 편입해 북구를 신설한다. 1986년에는 직할시로 승격되었으며, 1988년 1월 송정시와 광산군을 흡수해 광산구(光山區)를 신설, 현재의 5개 자치구 체제가 완성됐다.

이렇듯 광주는 그 명칭과 범위를 끊임없이 달리하며 변화를 거듭해왔다. 행정 구역의 변경은 도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도시는 어떤 고정된 형태로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생산 시설과 교육 시설이 들어서고 새로운 거점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인구가 유입·유출되며 끊임없이 그 영역을 확장·축소한다. 한때 민주화의 심장이자 광주 경제를 이끌었던 금남로·충장로가 1990년대 쇠퇴의 길을 걷자 상무 지구와 수완 지구가 신도심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 최근 원도심 곳곳에 재개발과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이 예정되면서 또다시 무게추가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도시는 신진대사를 하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이 도시를 지속되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광주는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일 뿐 아니라 호남을 대표하는 도시다. 그 대표성은 비단 인구의 절대 규모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거치면서 습득된 민주·인권·평화 정신이 지역의 큰 자산이 되어 호남 하면 자연스럽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이렇듯 우리 빛고을 광주는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역사 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선순환하며 발전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 일원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탈바꿈해 아시아문화의 허브로 비상을 꿈꾸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구간 경계 조정은 단순히 국회의원 의석수와 의원 수 유지를 위한 게리맨더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동구의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는 재정력 약화와 더불어 국회 예산 교부 시 불리함으로 작용해 공공 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광주시 미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또한 인구가 밀집하면 행정력의 분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자치구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평균 328명인데 반해 동구는 157명, 북구는 403명으로 북구가 동구의 약 2.8배 많은 수를 감당하고 있다. 인구가 과밀하면 주민 1인당 지출 예산이 줄고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주민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업무 담당자의 꼼꼼한 일 처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하지만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다른 구에 편입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는 줄 안다. 하지만 광산구민도, 동구민도, 북구민도 모두 이곳 빛고을 광주에 속하는 시민이라는 본질은 같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열쇳말은 ‘함께 잘 사는 국가’라고 한다. 우리가 그토록 자부하는 민주와 인권 그리고 평화가 깃들어 있는 이곳 빛고을에서 시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 방안은 무엇인지 모두의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