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펜으로 ‘구멍가게’ 화폭에 담은 이미경 작가
2018년 12월 19일(수) 00:00 가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별 것 아닌 것 지키고 싶어”
하루 13시간 몰두해도 작품 하나 완성까지 꼬박 한 달
하루 13시간 몰두해도 작품 하나 완성까지 꼬박 한 달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밀려 우리 주변에서 구멍가게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누구나 어릴적 추억 한토막을 갖고 있는 구멍가게는 디지털 시대에 잃어가는 ‘정겨움’과 ‘따뜻함’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봄날 붉은 꽃망울을 터트린 ‘홍매화 가게’.(122×168㎝·2018년 작) <이미경 작가 제공>
“구멍가게는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우리 가까이 있어서 모르긴 하지만 사실 너무 근사한 공간이에요. 그래서 주변에 있다고, 쉽게 볼 수 있다고 소홀히 여기지 마시고 주변에 있는 오래된 건물과 구멍가게들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다른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난 11월 28일 광주 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2018 광주공동체 한마당’. 이미경(48) 작가는 북콘서트를 통해 20여년간 구멍가게를 그려온 자신의 이야기를 40여분간 독자들에게 들려줬다. 작가는 우리 주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를 정성껏 펜화로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는 작품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사는 오래된 것의 귀중함과 소중한 가치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작가는 지난 10월 13~11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1동 이마주 갤러리에서 11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작업실에서 꼬박 하루 13시간 가량 펜을 잡고 1년을 매달려 완성한 2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한 90살 할머니는 “이미경 선생님 그림을 보니 어릴 때 우리 동네 가게들 생각나서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지금은 다 없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옛 추억을 살려주셔서.”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제씨상회, 금성상회, 약수상회, 복희슈퍼, 삼거리 슈퍼…. 지역이나 이름을 붙여 평범하지만 정겨운 상호들이다. 그나마 대부분은 이름조차 없어 그냥 ‘점빵’이나 ‘구멍가게’라 불렸다. 유년시절, 누구나 동네 구멍가게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억속 구멍가게는 도시화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밀려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슬그머니 사라져가고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1997년 구멍가게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두 돌을 갓지난 아이를 키우며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로 이사를 한 터였다. 해질녘 큰아이 손을 잡고 동네 산보를 하다 늘상 들리던 구멍가게가 어느날 문득 ‘낯설고 매력적인 대상’으로 다가왔다. 구멍가게의 적갈색 슬레이트 지붕과 창문에 무심히 쓴 음료수 글씨, 하늘빛을 가득 담은 유리창…. 작가는 집으로 돌아온 후 아이가 잠들기를 기다려 가게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때 작가가 선택한 표현 수단은 펜화와 아크릴 물감이었다. 펜화라는 ‘형식’과 구멍가게라는 ‘내용’이 잘 맞아 떨어졌다. 한 달 이상 가량 걸려 완성한 ‘퇴촌 관음리 가게’(1998년 작)는 너무나 마음에 흡족했다. 이후 작가는 집주변부터 시작해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오래된 구멍가게에 눈길을 기울였다. 작가는 처음에 오래되고 쇠락한 가게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에 반했지만 차츰 가게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할아버지·할머니의 삶 속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오래된 가게 주인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힘에 의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예전 대학시절에는 늘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구멍가게를 그리면서 잃어버렸던 그림에 대한 ‘순수함’과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구멍가게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개인 홈페이지 ‘이미경의 그림이야기’(www.leemk.com)에 작품을 하나하나씩 올렸다. 눈 밝은 네티즌들이 그의 작품 이미지를 퍼나르며 온라인상에 구멍가게 그림이 여기저기 ‘떠다녔다’. 구멍가게를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연때는 첫 작업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이었다.
작가는 20여 년간 길 위에서 많은 구멍가게를 만났고, 그 가운데 280여 곳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구멍가게 그림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동네 구멍가게는 한결같이 낡고, 허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구멍가게는 그분들(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며 일해 온 지난 날 우리 윗세대)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작가의 그림은 어느 장소에 실재하는 구멍가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하게 가미된다. 가게 앞에 놓인 평상이나 자전거, 우체통 등이 작가가 일부러 배치한 ‘장치’이다. 구멍가게 그림마다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하는 평상은 ‘나눔의 자리’다.
작가는 초창기 그림 속에 나무를 그리지 않았다. 차츰 작업이 이어지며 ‘계절감을 덧입히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비로소 나무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화려한 나무와 쇠락해가는 가게의 대비는 애잔한 느낌을 안겨준다.
작가는 1970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그림그리기는 친구이자 놀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로 이주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작가에게 서울 구멍가게는 ‘별천지’로 보였다. 시골정서가 ‘베이스’에 깔려 있었던 작가에게 어쩌면 현재의 구멍가게 그림은 자연스러운 접근이었고, ‘그때(유년시절)의 마음’과 만나는 것이었다.
20여 년 동안 작가의 작업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오로지 구멍가게에만 집중했지만 이후 가게와 함께 나무와 산 등 인근 풍경도 담게 됐다. 또한 처음에 오래된 가게의 소소한 아름다음에 반했다면 차츰 도시개발의 바람에 밀려 문닫으며 사라지는 가게들을 목격하면서 ‘기록자’의 자세를 갖게 됐다. 그래서 그의 펜화는 단지 그림 작품이 아니라 한 시대를 증언하는 ‘아카이브’(Archive·기록 보관소)가 된다. 지역마다 다른 건물 구조와 지붕모양, 건축재료, 시대상을 반영한 소품들은 건축적 나이테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접근방식 역시 변했다. 처음에는 외부인 시선으로 멀리서 구멍가게를 바라봤다면 지금은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가서 ‘그분들’(가게 주인)의 삶을 지켜본다는 점이다. 군산 ‘석치상회’나 경기도 팔당 ‘하팔 상회’, 순천 ‘해룡수퍼’처럼 개발에 밀려서 혹은 주인장이 돌아가시면서 가게문을 닫는 경우를 자주 접했다. 게다가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구멍가게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는 작가의 마음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지난 2017년 그동안 그려왔던 그림 80여점을 수록한 에세이집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남해의 봄날 펴냄)을 출간해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어 영국 BBC 방송에 ‘사라져가는 한국 구멍가게의 매력’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며 ‘글로벌’한 관심을 모았다. 방송뒤에 해외에서 페이스북 요청이 쇄도했다. 작가는 자그마한 경기도 마석 작업실에 앉아서 ‘SNS나 인터넷 파급효과가 대단하구나’ 몸소 실감했다.
작가의 에세이집에 실린 서정적인 글들은 구멍가게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책을 준비하며 작업실 대신 도서관이나 카페 등지에서 원고를 썼다. 작업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동안은 ‘엄청난 휴식 같은 시간’이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한다. 작가의 구멍가게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세이집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2017 올해의 책 10’에 선정됐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과 프랑스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조만간 일본과 영국에서도 나올 예정이다.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내 그림속 정서를 아는 거니?”
“잘은 모르지만 좋은 건 알겠어. 음악처럼.”
스무해 동안 구멍가게에 천착해온 작가의 바람은 하나다. ‘사람들이 별거 아닌 것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봤으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아끼고 보존하고, 간직해야 겠다’라는 의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반짝반짝한 것들이 아닌, 정말 진가가 안보이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훨씬 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있어요. 그것을 찾아서 우리는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그게 큰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림을 통해서 ‘그것들을 지켜보자’하는 외침을 하는 거죠.”
작가는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구멍가게 펜화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 따뜻함과 인간애, 정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계속 탐구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볼 계획이다. 퇴촌리 구멍가게에 마음을 빼앗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작가의 숙제이기도 하다. 더디지만 천천히 가려고 한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지난 11월 28일 광주 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2018 광주공동체 한마당’. 이미경(48) 작가는 북콘서트를 통해 20여년간 구멍가게를 그려온 자신의 이야기를 40여분간 독자들에게 들려줬다. 작가는 우리 주위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를 정성껏 펜화로 화폭에 담고 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는 작품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사는 오래된 것의 귀중함과 소중한 가치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이때 작가가 선택한 표현 수단은 펜화와 아크릴 물감이었다. 펜화라는 ‘형식’과 구멍가게라는 ‘내용’이 잘 맞아 떨어졌다. 한 달 이상 가량 걸려 완성한 ‘퇴촌 관음리 가게’(1998년 작)는 너무나 마음에 흡족했다. 이후 작가는 집주변부터 시작해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오래된 구멍가게에 눈길을 기울였다. 작가는 처음에 오래되고 쇠락한 가게의 겉모습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에 반했지만 차츰 가게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할아버지·할머니의 삶 속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오래된 가게 주인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힘에 의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예전 대학시절에는 늘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구멍가게를 그리면서 잃어버렸던 그림에 대한 ‘순수함’과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구멍가게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개인 홈페이지 ‘이미경의 그림이야기’(www.leemk.com)에 작품을 하나하나씩 올렸다. 눈 밝은 네티즌들이 그의 작품 이미지를 퍼나르며 온라인상에 구멍가게 그림이 여기저기 ‘떠다녔다’. 구멍가게를 주제로 첫 전시회를 연때는 첫 작업부터 10년이 지난 2007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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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구멍가게를 펜화로 그려오고 있는 이미경 작가. |
작가의 그림은 어느 장소에 실재하는 구멍가게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하게 가미된다. 가게 앞에 놓인 평상이나 자전거, 우체통 등이 작가가 일부러 배치한 ‘장치’이다. 구멍가게 그림마다 빠지지 않고 단골로 등장하는 평상은 ‘나눔의 자리’다.
작가는 초창기 그림 속에 나무를 그리지 않았다. 차츰 작업이 이어지며 ‘계절감을 덧입히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비로소 나무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화려한 나무와 쇠락해가는 가게의 대비는 애잔한 느낌을 안겨준다.
작가는 1970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그림그리기는 친구이자 놀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로 이주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작가에게 서울 구멍가게는 ‘별천지’로 보였다. 시골정서가 ‘베이스’에 깔려 있었던 작가에게 어쩌면 현재의 구멍가게 그림은 자연스러운 접근이었고, ‘그때(유년시절)의 마음’과 만나는 것이었다.
20여 년 동안 작가의 작업 스타일에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오로지 구멍가게에만 집중했지만 이후 가게와 함께 나무와 산 등 인근 풍경도 담게 됐다. 또한 처음에 오래된 가게의 소소한 아름다음에 반했다면 차츰 도시개발의 바람에 밀려 문닫으며 사라지는 가게들을 목격하면서 ‘기록자’의 자세를 갖게 됐다. 그래서 그의 펜화는 단지 그림 작품이 아니라 한 시대를 증언하는 ‘아카이브’(Archive·기록 보관소)가 된다. 지역마다 다른 건물 구조와 지붕모양, 건축재료, 시대상을 반영한 소품들은 건축적 나이테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접근방식 역시 변했다. 처음에는 외부인 시선으로 멀리서 구멍가게를 바라봤다면 지금은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가서 ‘그분들’(가게 주인)의 삶을 지켜본다는 점이다. 군산 ‘석치상회’나 경기도 팔당 ‘하팔 상회’, 순천 ‘해룡수퍼’처럼 개발에 밀려서 혹은 주인장이 돌아가시면서 가게문을 닫는 경우를 자주 접했다. 게다가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구멍가게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지켜보는 작가의 마음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작가는 지난 2017년 그동안 그려왔던 그림 80여점을 수록한 에세이집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남해의 봄날 펴냄)을 출간해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어 영국 BBC 방송에 ‘사라져가는 한국 구멍가게의 매력’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며 ‘글로벌’한 관심을 모았다. 방송뒤에 해외에서 페이스북 요청이 쇄도했다. 작가는 자그마한 경기도 마석 작업실에 앉아서 ‘SNS나 인터넷 파급효과가 대단하구나’ 몸소 실감했다.
작가의 에세이집에 실린 서정적인 글들은 구멍가게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책을 준비하며 작업실 대신 도서관이나 카페 등지에서 원고를 썼다. 작업을 내려놓고 글을 쓰는 동안은 ‘엄청난 휴식 같은 시간’이어서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고 한다. 작가의 구멍가게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에세이집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은 ‘2017 올해의 책 10’에 선정됐고,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대만과 프랑스에서도 번역돼 출간됐다. 조만간 일본과 영국에서도 나올 예정이다.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외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내 그림속 정서를 아는 거니?”
“잘은 모르지만 좋은 건 알겠어. 음악처럼.”
스무해 동안 구멍가게에 천착해온 작가의 바람은 하나다. ‘사람들이 별거 아닌 것들을 애정어린 눈으로 봤으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아끼고 보존하고, 간직해야 겠다’라는 의식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반짝반짝한 것들이 아닌, 정말 진가가 안보이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훨씬 가치가 높은 건물들이 있어요. 그것을 찾아서 우리는 지켜야할 의무가 있고, 그게 큰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림을 통해서 ‘그것들을 지켜보자’하는 외침을 하는 거죠.”
작가는 앞으로도 사명감을 가지고 구멍가게 펜화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 따뜻함과 인간애, 정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계속 탐구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볼 계획이다. 퇴촌리 구멍가게에 마음을 빼앗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작가의 숙제이기도 하다. 더디지만 천천히 가려고 한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