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원예농협(이하 원협)이 수출 배 계약 조합원들의 배를 엉망으로 관리해 농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주배원예농협에 따르면 1962년 첫 나주배 수출을 시작으로 2014년 700만달러, 2016년 800만달러, 지난해는 3600ｔ을 수출해 1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나주 배는 즙이 많고 달콤해 해외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해마다 수출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나주지역에 수출 배 계약 농가들은 수출 실적과는 달리 보이지 않은 피해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원협에 배 수출에 대한 전문가가 없고 관리시스템 부재로 농가 피해가 크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부덕동 나주배원협 선과장에서 해마다 배 수출 시기가 되면 농가들로부터 배를 납품받아 20일 넘게 장기간 상온에 방치해 정상적인 배가 선과를 하기도 전에 보관불량으로 썩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환율 등으로 수출이 저조할 경우 계약 농가의 배를 책임질 수 없어 수급조절을 위해 선과 과정에서 정품합격률을 낮추는 등 정상적인 배가 비품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보관불량과 선과 정품합격률을 임의로 조정해 농가에 경제적인 손실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본보 취재결과 최근까지 부덕동 선과장 마당과 임시 천막 가건물에는 선과를 기다리는 배 컨테이너가 장기간 쌓여있었다.

임시천막 가건물 안에 오염된 물이 고여있는 맨홀.

특히 임시 천막 가건물 안에는 물이 고인 맨홀과 수로가 있어 수출 선과장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의심케 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강삼석 소장은 “배는 상온에서 30일 정도 보관할 수 있는데 야외에 장기간 야적해 놓으면 문제가 생긴다” 며 “냉장창고가 부족하더라도 유통과정에 품질관리가 잘 돼야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수출과 관련한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농가의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주는 연간 6만여t의 배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이중 10%를 수출하지만, 명성과는 달리 나주시와 원협에 배 수출 전문가가 없어 수출정책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진 배가 선과장 마당에서 썩고 있다.

조합원들은 “원협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바이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선도 농가에서 바이어를 소개해 줘도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원협 관계자는 “순서를 정해 농가에서 입고를 받고 있는데 냉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말과 비가 오는 날이 겹치면 장기간 쌓아 놓게 된다”며 “하지만 배 껍질에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냉장 보관하면 과피흑병 현상으로 검게 변해 통상적으로 1~2주 햇빛에 말리는 예건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에대해 조합원들은 “예건은 농가에서 배를 생산하면서 충분히 했다”며 “수출이 저조할 때는 수출에만 국한하지 말고 선과해 백화점이나 온라인에 판매하면 될 텐데 비품율을 높여 헐값에 처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주=손영철 기자 ycs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