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드 논란으로 뚝 끊겼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도 2016년 수준은 멀고 요우커(游客)의 본격적인 유입도 지연되고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광주와 전남에 대한 중국 관광객의 방문 비중은 4% 내외에 불과하여 이런 회복세가 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광주·전남은 면세점, 카지노 등과 같은 쇼핑과 위락 장소가 없는데다 접근성이 떨어지므로 선호도가 낮고 정보나 인식도 부족하다.

다행히 전망은 어둡지 않다. 중국은 무궁무진한 관광 잠재수요를 갖고 있는데다 관광객의 관심도 쇼핑에서 자연과 생태, 그리고 문화로 옮겨가는 추세다. 교통 및 면세점과 같은 관광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노력과 함께 자연과 맛, 사람과 문화, 역사가 어우러지는 광주·전남만의 관광 매력을 최대한 활용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문화를 중시하는 체류형 고급 관광객 수요를 대비하여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특색 있는 콘텐츠 개발에도 각별한 노력이 요청된다.

2018년은 화교(華僑)가 우리 광주·전남 지역에 진출한지 125년 되는 해이다. 1893년 중국 산동성 지부(현재의 연태시)를 출발한 학경해와 강만선이라는 2명의 상인이 목포에 처음 발을 딛고 ‘영성인호’라는 포목상을 개설하였다. 이들은 목포 화교의 효시라 할 수 있지만 단순히 목포에서의 사업을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영산강을 타고 무안, 나주, 광주, 능주에 이르는 내륙 상권을 개척하기 위해 왔기에 광주·전남 화교의 시원이라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전남에는 한때 1600명이 넘는 화교가 비단과 삼베를 중심으로 활발한 상업 활동을 전개하였다. 호남은행과 광주 북동성당 등 다수의 근대 벽돌 건물을 시공하였고, 전남 지역의 항만 및 하수도 매축, 철도 부설에도 땀을 흘렸다.

광주의 화흥루, 목포의 인의관은 일제 강점기에 호남 최고 수준의 중국 요리점들로 이름이 높았다. 1930년 광주~여수간 철도 부설 공사에서는 일제에 대항하여 200여 명의 화교 노동자가 한국인 노동자와 연대하여 동맹 파업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지난 세월 동안 화교들은 광주·전남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며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여 왔다. 무엇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광주·전남~중국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귀중한 인적·지역적·역사적 자원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화교들에 대한 관심은커녕 올해가 화교 이주 125년이라는 사실도 아는 이가 거의 없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중국의 자본이나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였지만 대부분 미미한 성과뿐이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준비도 없이 결과만을 얻고자 급급했던 결과가 아닌가 한다. 이미 우리에게 왔었던 지역 화교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인식은 물론 마땅히 기념해야 할 해도 그냥 넘기는 상황인데 중국과의 그 어떤 생산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까. 중국 관계 일을 하면서 늘 느끼는 바이지만 중국인은 자주 만나 신뢰를 쌓고 소위 ‘?시’(關係)를 형성해야 일이 된다.

?시는 일단 자주 만나야 하지만 진정성이 있을 때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현대 중국의 5대 상방(商幇)중 하나인 산동 상방이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하이얼 그룹과 하이센스 등 세계 적인 전자 업체들과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더블스타도 산동 기업들이다. 중국의 막대한 내수 시장을 생각하면 향후 광주·전남권은 생산 기지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이들과 제휴만 할 수 있어도 광주·전남 경제의 활성화와 산업 기반 확충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산동 상방이 바로 광주·전남 화교의 후예들이라 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광주·전남 화교의 진출 125년에 대한 관심과 조명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이런 전략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신산했던 동북아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의연히 감내하며 광주·전남 주민들과 동고동락 해온 화교들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절절한 사의를 표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