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인의 ‘좌측담장’] 호주 리그의 그를 만나다
2018년 11월 29일(목) 00:00 가가
야구 시즌은 분명히 끝났는데, 텔레비전에서 야구를 중계한다. 재방송인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 라이브 중계다. 어쩐지 낯선 분위기의 경기장, 여유로워 보이는 관중, 조금은 느슨한 게임 속도…. 요즘 새롭게 중계되고 있는 호주 야구 리그(ABL)의 풍경이다.
호주 야구 리그는 메이저 리그의 후원 하에 새롭게 창립됐는데 호주에서 7개 팀, 뉴질랜드에서 1개 팀 하여 총 여덟 개 팀으로 구성됐다. 뉴질랜드의 ‘투아타라’와 호주의 ‘질롱 코리아’는 이번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신생 팀이다. 질롱 코리아라는 이름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질롱’은 호주 빅토리아주에 위치한 도시의 이름으로 당연히 팀의 연고가 된다.
이 팀의 선수와 감독은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프로야구리그(KBO)의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방출당해 소속 팀 없이 훈련하던 선수들이 모여 만든 팀이다. 사정을 알고 나니 ‘코리아’라는 쓰임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야구의 볼모지라 생각되던 남반구의 대륙,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가서 포기하지 않고 야구를 이어 가는 선수들을 힘껏 응원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느껴진다.
질롱 코리아에는 익숙한 이름이 많다. 감독은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왼손 투수 구대성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이재곤, 히어로즈의 유망주였던 길나온도 호주의 이 팀에서 활약한다. NC 다이노스에서 계약 연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거포 타자 최준석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이밖에 여러 선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KIA 타이거즈 팬들의 관심은 투수 김진우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팬들에게 김진우는 애증의 대상이다.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해 신인 시절부터 남다른 활약을 보여 주었지만, 안타까운 사고와 관리되지 못한 사생활로 인해 선수 생활 대부분이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라운드로 복귀해 다시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지만 그마저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영광의 순간에도 그는 그라운드에 없었다. 시즌 대부분은 2군이나 재활군에서 지냈으며 2018 시즌 또한 마찬가지였다. 김진우에게 호주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이번 기회가 그에게 마지막이리라는 점이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김진우에게는 모든 등판이 거의 마지막 기회처럼 보였지만, 그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밀리고 밀려 태평양 넘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까지 닿았다.
호주 야구 리그는 메이저리그로 따지자면 도미니칸 윈터 리그인 셈인데, 야구 괴물이 득시글하다는 도미니카만큼의 수준은 절대 아닐 것이고, 야구 인기가 절정인 우리나라에 비교하자면 2군이나 2.5군 정도 될까 싶었다.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KBO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KT 위즈의 사이드암 투수 고창성은 국내 팀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방출된 후 호주 리그에서 기량을 연마해 다시 국내 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투수는 공교롭게도 김진우였다. 예의 그 폭포수 같은 커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작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안타를 허용하더니 결국 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심판의 텃세 섞인 석연치 않은 판정에 항의하다 구대성 감독과 함께 퇴장을 당했다. 퇴장되기 전까지 그의 자책점은 무려 5점. 아직 첫 경기이긴 하지만 수준이 낮다 평가되던 리그에서 국내에서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김진우뿐만이 아니다. 질롱 코리아의 실적 자체가 매우 좋지 않다. 2라운드까지 결과는 1승 7패. 패배한 경기 중에는 1대 23이라는 믿기 힘든 스코어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진우를 포함한 질롱 코리아의 선수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꼭 한국 리그의 프로 야구 선수로 재기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선수다. 선수라면 이기고 싶을 것이다. 이기고 싶은 열망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 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런 집중력과 승부욕은 KIA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김진우에게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호주에 있다. 수년 전에 무등 경기장에서 직접 구입한 그의 유니폼은 아직 내 옷장에 그대로인데….
어쨌든 겨울에도 야구 볼 일이 생겼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또 지는 경기를 봐야 하다니,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심히 의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를 응원할 것이라는 점에는 서글픈 확신이 드는 것이다.
<시인>
호주 야구 리그는 메이저 리그의 후원 하에 새롭게 창립됐는데 호주에서 7개 팀, 뉴질랜드에서 1개 팀 하여 총 여덟 개 팀으로 구성됐다. 뉴질랜드의 ‘투아타라’와 호주의 ‘질롱 코리아’는 이번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신생 팀이다. 질롱 코리아라는 이름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질롱’은 호주 빅토리아주에 위치한 도시의 이름으로 당연히 팀의 연고가 된다.
질롱 코리아에는 익숙한 이름이 많다. 감독은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왼손 투수 구대성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이재곤, 히어로즈의 유망주였던 길나온도 호주의 이 팀에서 활약한다. NC 다이노스에서 계약 연장의 꿈을 이루지 못한 거포 타자 최준석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호주 야구 리그는 메이저리그로 따지자면 도미니칸 윈터 리그인 셈인데, 야구 괴물이 득시글하다는 도미니카만큼의 수준은 절대 아닐 것이고, 야구 인기가 절정인 우리나라에 비교하자면 2군이나 2.5군 정도 될까 싶었다.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다시 KBO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KT 위즈의 사이드암 투수 고창성은 국내 팀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방출된 후 호주 리그에서 기량을 연마해 다시 국내 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투수는 공교롭게도 김진우였다. 예의 그 폭포수 같은 커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작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안타를 허용하더니 결국 2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심판의 텃세 섞인 석연치 않은 판정에 항의하다 구대성 감독과 함께 퇴장을 당했다. 퇴장되기 전까지 그의 자책점은 무려 5점. 아직 첫 경기이긴 하지만 수준이 낮다 평가되던 리그에서 국내에서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김진우뿐만이 아니다. 질롱 코리아의 실적 자체가 매우 좋지 않다. 2라운드까지 결과는 1승 7패. 패배한 경기 중에는 1대 23이라는 믿기 힘든 스코어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 김진우를 포함한 질롱 코리아의 선수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꼭 한국 리그의 프로 야구 선수로 재기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선수다. 선수라면 이기고 싶을 것이다. 이기고 싶은 열망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 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런 집중력과 승부욕은 KIA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김진우에게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호주에 있다. 수년 전에 무등 경기장에서 직접 구입한 그의 유니폼은 아직 내 옷장에 그대로인데….
어쨌든 겨울에도 야구 볼 일이 생겼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또 지는 경기를 봐야 하다니, 기뻐해야 할 일인지는 심히 의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를 응원할 것이라는 점에는 서글픈 확신이 드는 것이다.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