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최근 SRF(고형 폐기물 연료) 열병합발전소 가동 문제를 공론화로 해결하기 위해 부쩍 열심히 활동중이다. 공론화만 결정되면 “승산이 확실”하다고 장담한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주 KBS TV 토론회에서 난방공사 모 부장의 실실 비웃듯이 말하는 태도가 이런 ‘승산의 자만’에서 비롯된 것이면 참 어이없는 일이다.

혁신도시는 갈 길이 바쁘다. 미래의 광주·전남을 먹여 살릴 성장 거점 도시로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한전공대, 에너지 밸리, 국가 혁신 클러스터 구축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런데 SRF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공론화 위원회 구성을 분명하게 반대한다. 나주시와 난방공사가 주장하는 공론화는 숙의형 공론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숙의형 공론화는 SRF 문제 해결을 위한 양보와 타협에 바탕을 둔 상생 협력 방안을 탐색하는데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제로섬 게임처럼 승자와 패자만을 구분할 뿐 상생과 협력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공론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또한 공론화 구성 원칙과 방법을 놓고 논쟁에 휩쓸릴 수 있다. 특히 시민참여단을 구성함에 있어서 난방공사는 광주와 전남 지역 주민, 나주시는 나주 시민을 대상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범대위는 혁신도시와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수용성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시민참여단이건 수용성 조사건 공간 범위 설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당사자가 쉽게 합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울러 피해 지역 주민의 운명을 타 지역 주민이 결정하는 문제, 시간과 예산 문제, 공론화 위원회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에 대한 의구심, 행정의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는 문제 등 공론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사자간 머리를 맞대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사안을 두고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숙의형 공론화 방식으로 끌고 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필자는 공론화보다는 상생의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광주시와 전남도, 나주시, 난방공사, 이전 공공기관 대표, 범대위 대표, 노조 대표, 시민사회 대표,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자. 기간은 3개월로 하되 필요한 경우 3개월 연장안을 제안한다.

여기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점검하자. 범대위가 주장하는 총량 규제 부재로 인한 건강상, 환경상, 안전상의 문제, 남의 지역 쓰레기 연료의 과다 반입 문제, 사업 추진 과정상 주민 참여 미흡 및 행정 책임 문제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도록 하자. 난방공사가 주장하는 재정적자의 문제, 매몰 비용의 문제, LNG 대체 시설의 불가능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자.

이 기구에서 SRF 시설의 완전 폐쇄 안부터 한시적 부분 활용 방안, 전면 가동안에 대한 모든 대안을 설정하고 논의하자. 완전 폐쇄시 발생할 수 있는 난방공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손실 규모, 법적인 책임 문제, 손실 보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자. 부분 활용 안에 대해서도 적정 쓰레기 연료의 규모, 난방공사의 감내할 수 있는 정도, 손실 보상 방안에 대해 검토하자. 전면 가동 안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예상되는 잠재적 피해에 대한 보상 방안, 철저한 주민 감시 체계 마련 등에 대해 검토하자.

이 모든 대안에 대해 쟁점을 객관적이며 전문성 있게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양보와 타협, 포용과 혁신의 가치를 바탕으로 상생의 대안을 도출하도록 하자. 이것이 진정한 전국 유일의 공동 혁신도시로서 상생의 정신을 살리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