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세진 9회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9회 광주여성영화제를 마치고
2018년 11월 21일(수) 22:56 가가
이세진 프로그래머
지난 14일 개막한 9회 광주여성영화제가 4박 5일간의 여정을 마감했다. 관객들이 참석하는 영화제 기간은 4박 5일이지만 영화제를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작업 기간은 적게는 3개월부터 많게는 6개월에 달한다. 그 기간은 영화제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서 다른 것은 물론이고 업무 분야에 따라 세분화된다.
영화제는 실무를 진행할 스태프를 구성하기 전에 그 해에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캐치프레이즈로 합의하고 기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프로그램 업무는 행사 전반을 기획하기 전부터 시작되는데 관객에게 소개할 영화를 고르기 위해 5월에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6월에 개최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의 행사에 참석해서 영화를 보고 섭외 목록을 만든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해외 배급사나 감독들이 직접 수급하기 때문에 여건상 그 목록은 국내 개봉 예정이거나 국내 작품 위주로 구성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 전년도 영화제가 끝난 이후 시점인 12월부터 개봉되거나 공개된 작품들을 검토하는 일도 포함되니 영화제 프로그래밍 기간은 좀 과장하면 거의 1년 동안 지속된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작성해 놓은 영화 목록들을 정리하고 일일이 영화를 보면서 확인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프로그래밍이 시작된다. 영화의 주제가 겹칠 수도 있고 섭외 과정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최종 선정 작품 수의 3~4배수의 영화를 보게 되는데 일상적으로 영화를 미리 챙겨보지 않으면 영화제 전체 일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팀의 기본 소양은 영화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즐기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년 전 광주여성영화제와 인연을 맺으면서 3회 때부터 프로그램팀으로 일했다. 일곱 차례의 영화제를 치르면서 본 영화들이 몇 편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매회 관객들이 만났던 마지막 라인업을 확정하기까지 생각지 못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검토했던 작품의 숫자만큼 영화를 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로 기억하고 싶다.
9회 광주여성영화제는 활동가로 일해 온 이선희 감독의 데뷔작인 ‘얼굴, 그 맞은편’을 개막작으로, 광주에서 활동하는 김소영 감독의 ‘엄마가 60살이 되기 전에’를 폐막작으로 상영했다. 개막작은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디지털 성폭력의 실체에 대한 확인은 물론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다. 광주여성영화제가 자체 제작한 영화인 ‘엄마가 60살이 되기 전에’는 폐막작으로 선정돼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모녀 관계와 위치에 대해 되물으며 관객들과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개·폐막작을 포함해 영화제에서 상영된 마흔 두 편의 작품들이 그것을 고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작은 감동과 특별함을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역시 매회 기대하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들려주는 관객들의 칭찬으로 7년 동안 영화제 일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회 아무 영사 사고 없이 온전하게 상영되기를 바라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영화제의 규모와 여건상 기술팀을 따로 두지 못하고 프로그램팀에서 상영본 검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영사 사고가 없이 상영되는 것으로도 마음을 내려놓곤 한다.
몇 달을 준비한 4박 5일의 기간은 이미 지나갔고 영화도 관객들에게 선보여졌으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그 감동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생각거리가 되기를 작은 욕심으로 기대해본다. 그것들이 모여 9회라는 기간이 되었을 것이며 해마다 다녀간 관객들 뒤에서 스태프들이 열정을 녹여냈을 것이다.
시민단체 내의 영상 창작 동아리에서 시작한 광주여성영화제는 횟수만큼 많은 고민과 다양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내년에 10회를 맞이할 것이다. 지역에서 이미 독보적인 이름이 된 만큼 어쩌면 더 견고해져야 할 의무도 함께 부여될 것이다. 자체적인 기획에 시민사회단체의 응원과 시민들의 격려가 더해진 공공재의 역할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한 진단의 시간이 과제로 남겨졌다.
지역의 축제를 넘어서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고 싶은 열정의 힘을 가진 광주여성영화제는 행정 지원과 시민들의 응원, 참여가 여전히 목마르다. 10회 광주여성영화제는 그런 힘들이 더해져 더욱 값진 결과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여성영화제가 필요 없을 정도의 ‘성평등 사회’가 될 때까지 광주여성영화제는 지속될 것이다.
영화제는 실무를 진행할 스태프를 구성하기 전에 그 해에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캐치프레이즈로 합의하고 기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프로그램 업무는 행사 전반을 기획하기 전부터 시작되는데 관객에게 소개할 영화를 고르기 위해 5월에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6월에 개최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의 행사에 참석해서 영화를 보고 섭외 목록을 만든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은 해외 배급사나 감독들이 직접 수급하기 때문에 여건상 그 목록은 국내 개봉 예정이거나 국내 작품 위주로 구성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도 그 전년도 영화제가 끝난 이후 시점인 12월부터 개봉되거나 공개된 작품들을 검토하는 일도 포함되니 영화제 프로그래밍 기간은 좀 과장하면 거의 1년 동안 지속된다.
개·폐막작을 포함해 영화제에서 상영된 마흔 두 편의 작품들이 그것을 고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관객들에게 작은 감동과 특별함을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도 역시 매회 기대하게 되는 마음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들려주는 관객들의 칭찬으로 7년 동안 영화제 일을 지속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매회 아무 영사 사고 없이 온전하게 상영되기를 바라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영화제의 규모와 여건상 기술팀을 따로 두지 못하고 프로그램팀에서 상영본 검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영사 사고가 없이 상영되는 것으로도 마음을 내려놓곤 한다.
몇 달을 준비한 4박 5일의 기간은 이미 지나갔고 영화도 관객들에게 선보여졌으며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 가닿았을 것이다. 그 감동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생각거리가 되기를 작은 욕심으로 기대해본다. 그것들이 모여 9회라는 기간이 되었을 것이며 해마다 다녀간 관객들 뒤에서 스태프들이 열정을 녹여냈을 것이다.
시민단체 내의 영상 창작 동아리에서 시작한 광주여성영화제는 횟수만큼 많은 고민과 다양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내년에 10회를 맞이할 것이다. 지역에서 이미 독보적인 이름이 된 만큼 어쩌면 더 견고해져야 할 의무도 함께 부여될 것이다. 자체적인 기획에 시민사회단체의 응원과 시민들의 격려가 더해진 공공재의 역할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 꼼꼼한 진단의 시간이 과제로 남겨졌다.
지역의 축제를 넘어서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고 싶은 열정의 힘을 가진 광주여성영화제는 행정 지원과 시민들의 응원, 참여가 여전히 목마르다. 10회 광주여성영화제는 그런 힘들이 더해져 더욱 값진 결과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여성영화제가 필요 없을 정도의 ‘성평등 사회’가 될 때까지 광주여성영화제는 지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