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심혈관 질환 사망자가 연간 1770만 명(2015년 기준)이나 된다. 전 세계 사망자의 31%에 해당하는 수치다. 통계만 봐도 심혈관 질환이 ‘국가 재앙’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심혈관 질환으로 지출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2조 8300억 원이다. 국립암센터와 같은 성격의 ‘국립심혈관센터’를 설립해 심혈관 질환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고혈압, 동맥 경화증으로 인한 협심증, 심근 경색증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은 네 명 중 한 명의 목숨을 앗아 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심혈관 질환이 대단히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한국은 정부 주도로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 운영 100대 과제’에 ‘전남 장성, 광주 북구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국립심혈관센터 건립’을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으면 심혈관 질환 사태가 한국을 엄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의료인으로서 감격스러운 경사였다.

장성군은 전남대병원과 손잡고 민선 4기 시절인 2007년부터 국립심혈관센터를 장성에 건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1만인 군민 서명 운동을 벌였고, 각계의 전문가들로 실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정부 부처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숱하게 방문해야 했다. 지난 10년간 장성군의 눈물겨운 노력이 국립심혈관센터 유치라는 결실을 낳은 것이다.

그렇다면 장성군과 전남대병원은 왜 장성에 국립심혈관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정부를 설득한 것일까? 장성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혈관계 질환은 발병 후 3시간 안에 치료해야 하는 응급 질병이다. 따라서 접근성, 의료인의 전문성, 진단·치료 장비 구비 등이 매우 중요하다. 국립심혈관센터 최적지인 장성 나노기술산업단지는 광주와 인접한 데다 전남과 전북의 중앙에 자리해 접근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또 전문 의료진이 많은 전남대병원과 가깝고 GIST, 한국광기술원이 있는 광주연구개발특구에 포함돼 첨단 의료 기술과 기기를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축령산 편백림은 재활 치료 요양 인프라로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장성은 최적의 환경을 갖춘 셈이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장성은 최적지다. 충북 오송(충청권)과 대구(경상권)의 첨단 의료 복합 단지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호남에 의료 연구 클러스터인 국립심혈관센터를 건립하면 문재인 정부가 당위로 내세우는 지역 균형 발전과 호남 불균형 해소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국립 심혈관센터 장성 건립이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100대 과제에 포함된 것은 장성을 넘어 호남,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사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힘을 실어준 만큼 정부와 국회, 광주시와 전남도 그리고 국민 모두가 국립심혈관센터 조기 건립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총 3500억 원을 투입해 33만500㎡(약 10만 평) 부지에 연구(R&D)센터, 500병상의 연구 임상 병원, 예방 및 재활 센터, 산학 협력관 등을 갖춘 센터를 세우는 사업인 국립심혈관센터 건립은 먼 미래의 꿈이 아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심뇌혈관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국립심혈관센터 진행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만 낙관하진 않는다. 기관별 처리 과정과 행정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국립심혈관센터가 건립돼 국민 건강 복지와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 자원의 발전적인 이용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국립심혈관센터 건립에 관심 있는 모든 분에게 당부한다. 지금은 지혜와 결단을 모아 앞으로 나아갈 때다. 국민의 건강이 우리들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