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는 150여 종류가 있지만 기본이 구멍 21개 내외, 길이 17㎝, 무게 150g 안팎의 작은 악기이다. 대부분의 관악기가 불어서 소리를 내지만 하모니카는 들숨과 날숨으로 금속판 리드를 떨게 하여 맑은 소리를 낸다. 여러 악기마다 뽐내는 장점이 많지만 하모니카는 몇 가지 좋은 점이 도드라진다. 복식 호흡으로 심폐 기능을 도와주는 건강 악기이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산이나 바닷가 어디서나 연주가 가능하고, 안주머니나 뒷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휴대 악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기가 쉽고, 동호인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 악기이다.

올해 가을에는 세 번이나 축제에 참여했다. 출연하게 된 계기가 다르고, 청중의 대상은 다양했지만 주머니에 넣어 갔던 악기는 하모니카 하나였다.

첫 번째 참여는 초가을이었다. 함께 하모니카를 배웠던 분이 작은 산골 음악회에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의중을 물었다. ‘작다’는 말과 ‘산골’이라는 단어가 가볍고 좋아서 나섰다. 화순군 춘양면의 외진 산골에 컨테이너 가건물이 한 채 있고 그 앞마당에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난타 2개 팀, 색소폰, 대금, 전자 오르간에 우리 하모니카가 합류했다. 청중은 단 두 명이었다. 컨테이너에 머물고 있는 40대 중반 부부였다. 이 부부는 난타 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였는데 아내가 아파 이곳에서 자연 치유의 요양을 하고 있었다. 정신은 맑지만 육신이 시들고 있기에 동호인들이 모여 작은 음악회를 마련한 것이다. 금년을 넘길 수 없을 것 같아 살아생전에 천상으로 보내는 이별 공연이었다.

난타는 휘몰아치고, 대금 소리는 깊고 유장하여 부부는 웃고 울기를 반복하였다. 고통도 잠시 내려놓고 고마운 마음으로 평안해 보였다. 새봄의 재회를 기약하고 눈물 반, 연주 반의 공연은 끝났다. 몇 주 후에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작은 산골 음악회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고.

‘2018 추억의 충장 축제’에는 하모니카 앙상블 ‘Red4’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충장로 5가에서 템포 빠른 연주로 시민들과 즐긴 7080의 추억이었다. 회원들이 내년에는 버스커(Busker)가 되어 충장로와 금남로를 넘나드는 버스킹(Busking)을 해보자고 한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학교 축제가 있었다. 청바지에 하모니카를 넣고 무대에 올라 제자들과 동료 선생님 앞에서 동요 한 곡 연주하였다. 내년 ‘일신 축제’에는 아코디언 연주를 해보는 것이 나의 꿈이다. 일 년 동안 이 꿈 하나만 간직하고 있어도 즐거운 나날이 되지 않을까.

요사이는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지만 우리 학교도 ‘함께 만드는 축제’가 기본 방향이다. 체험 마당이나, 전시 마당, 공연 마당 어디에든 반드시 한 번 이상은 참여하고, 학급 단위 출연도 많기에 학교가 들썩인다. 평생 남의 작품을 감상만하고, 객석에서 공연 보고, TV로 중계되는 스포츠만 볼 것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직접 해보기 위해서는 학창 시절의 체험과 추억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국영수로 어렵게 시작한 인생, 음미체로 마무리해야 즐겁다.”고 캠페인처럼 몇 차례 글을 썼다. 그리고 교직 사회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사회 활동을 하면서 주변 분들에게도 틈틈이 말해 왔다. 건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고 나서 그 다음 질문은 운동이나, 악기나 취미 생활이다.

바둑은 이제 인간이 AI에게 이길 수 없다. 머지않아 혼자서 다니는 자동차를 거리에서 보게 된다. 일본의 주켄공업이라는 회사는 선착순으로 신입 사원을 뽑기에 중졸, 폭주족도 사원이 된다. 급변하는 세상을 보면서 나는 상상해 본다. 지금 대입은 정시든 수시든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사회, 과학이 주요 전형 과목이다. 앞으로 이 주요 과목을 암기하고 반복하고 응용하는 일은 AI가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주요 교과는 기초 교양으로 배우게 하고, 대입 신입생을 음악, 미술, 체육으로 선발하면 어떨까. 빨라지고, 풍부해지고, 편해지는데도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고 팍팍하다고 하니 정신 나간 소리일지라도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