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진 시인의 ‘홍어 예찬’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담겨 있다.

“투박한 모양새가 볼썽사나워도 /오히려 톡 쏘며 투정부리는 /당돌함에 눈물을 쏟는다//아는 사람은 안다 /니가 사는 바다만큼 깊은 속정을/ 남몰래 찾게 되는/ 은밀한 매력을”

이렇듯 시의 주제가 될 정도로 마니아들이 칭송하는 음식이 바로 홍어이다. 물론 꺼리는 사람도 많다. 발효되면서 암모니아가 뿜어내는 그 냄새 때문이다.

잘 숙성된 홍어는 향이 그윽하고 깊은 맛이 독특해서 내가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홍어회 무침, 돼지고기 수육과 묵은 김치와 함께 먹는 삼합은 전라도 음식의 별미 중 하나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모 방송사에서는 국내 두 유명 요리사에게 홍어 요리로 외국인의 입맛을 잡으라는 미션을 주었다. 홍어의 향과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 절대 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뒤따랐다.

한 요리사가 만든 홍어 아이스크림을 맛본 외국인들은 절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맛 감정을 위해 선발된 외국인 5명은 홍어 아이스크림을 한 입 떠먹은 후 “홍어의 맛과 향이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린다.”며 엄지손가락을 불끈 치켜세웠다.

반면에 모 방송사의 드라마에서는 홍어를 먹다가 토해내는 장면이 방영 되었다. 극 중에서 우연히 만난 한 젊은 여인이 그를 알아보고, 홍어를 못 먹고 구역질하는 장면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팬들이 많이 생겼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렇다.

‘그렇다면, 홍어를 잘 먹는 사람은 인간적이지 못하단 말인가.’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극 중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홍어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줄 소지가 다분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로 ‘홍어’라 칭하기도 한다. 홍어는 전라도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고 건강식으로 효능이 뛰어나다.

홍어의 연골에 포함되어 있는 황산콘드로이틴은 관절염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삭힌 홍어의 경우, 강한 알칼리성을 띠고 있어서 패스트푸드나 육류의 과다한 섭취로 산성화된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홍어의 살에는 주요 영양 성분인 불포화 지방산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다. 이 불포화 지방산은 어린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된다. 두뇌 발달에도 효과가 있다.

그 외에도 홍어는 뼈에 칼슘을 보충해 줄 뿐만 아니라,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해준다. 그 때문에 뼈가 다쳐 금이 가거나 부러졌을 때 홍어를 섭취하면 아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소 위산이 많이 분비되면 속이 쓰리고 위염에 노출되기 쉽다. 이때도 홍어는 위산의 불필요한 분비를 막아 위염을 예방해 준다.

이렇게 좋은 음식인 홍어! 드라마에서 홍어를 잘 먹는 장면을 부각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기회에 드라마 작가들에게 시청자로서 부탁 한마디 해야겠다.

일상생활에서는 상상도 못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나, 출생의 비밀, 악독한 행동 등 막장 드라마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시청률만 올리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평범함 속에 진리가 있듯이, 누구나 긍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대중성 있는 질 높은 드라마, 공감과 감동이 흐르는 훌륭한 드라마를 제작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어느 한 장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방영 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1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이렇듯 국민의 심신이 건강해지고 경제 효과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드라마가 보다 많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