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10만 원이 생겼다면 어떻게 쓰겠는가? 일반적으로 맛 좋은 음식을 사 먹거나 평소 갖고 싶었던 옷, 신발 등 생활용품을 구매하거나 평소 눈독 들였던 공연 티켓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1억 원이 생겼다면? 이 정도 금액이면 꽤 고급 사양의 자동차를 사거나 꿈꾸던 크루즈 해외 여행을 현실로 옮기거나 부동산을 사는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에 출간된 마이크 샌델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경제적 가치 이외에 돈(자본)의 쓰임을 이야기한다.

물질 만능과 경제적 효용성만을 잣대로 삼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미 만연해 있지만 사실 우리 사회는 돈의 다른 쓰임, 즉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논의와 실천적 방법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최근 광주 광산구에서 일평생 노점으로 채소를 팔아 모은 1억 원을 전남대 장학금으로 기부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됐다. 누가 보더라도 그녀의 선행은 무척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소 서론이 길었지만, ‘사회적 경제’ 역시 돈의 가치 있는 쓰임의 영역이라고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가 국내에 도입된 지는 꽤 됐지만 여전히 대다수 시민에게는 매우 생소한 단어이다. 설령 들어 본 사람도 그 뜻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왜곡된 측면이 적지 않다.(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 운영 과제의 한 영역으로써 그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혹자는 사회적 기업을 ‘보조금만 지원받는’ 먹튀(‘먹고 튀다’라는 뜻의 속어) 기업’이라고 비난하거나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매우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일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님을 인정하지만, 저평가 이면에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매우 숭고하고 가치 있는 기업 활동과 소비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례로 북구 오룡동에 소재한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대표 최은숙)’에 고용된 지체 장애인들은 신체적 특성과 장애 상태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빵을 만든다.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기여 활동을 함과 동시에 그들의 경제적 자립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 가게인 ‘파리바게뜨’의 편익성과 기업 규모에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괄목할 만하게도 작년 말엔 용봉동(아이파크아파트 후문 앞)에 ‘씨튼베이커리 카페’라는 매장도 열었다. 기업은 빵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 당신의 소비는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자본금이 될 수 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또 다른 기업은 전남대 후문에 있는 ‘지역사회건강지원그룹 모두(대표 정의석)’라는 사회적 기업이다. ‘모두’의 기업 정신은 한 개인의 건강성은 공동체의 건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개개인이 겪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을 다양한 상담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 이들이 건강한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청년들의 취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결과에 앞서 과정과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광주 청년센터 ‘the 숲’과 함께 청년 집단 상담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대부분 기업과 공공기관이 ‘취업률’이라는 양적 수치에 주목하지만 ‘모두’는 청년에게 내재한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사회로 진출함으로써 사회가 짊어져야 할 비용과 문제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부터 SK그룹(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이 이룬 성과(사회적 가치)를 화폐 가치(돈)로 계산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사회 성과 인센티브’라는 사업을 3년째 추진해 오고 있다. 취약 계층의 일자리 창출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환경, 보육, 의료, 복지, 빈곤, 인종, 다양성 문제 등 갖은 사회적 문제 해결과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가 걱정인가? 그렇다면 민간과 공적 투자가 이제 사회적 기업으로 옮겨져야 할 때이다. 당신과 당신 이웃의 안녕한 삶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왜 아직도 사회적 가치의 구매를 망설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