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당선 즉시 취임하면서 정권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인수인계를 국민들에게 받기로 결정하고 ‘광화문 1번가’라는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두 달이 채 못 된 기간 동안 접수된 제안만 약 15만 건, 하루 평균 3000여 건에 이르렀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현상이라 하더라도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만 했다.

또한 청와대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국민 청원 및 제안’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현재 20만 명 이상 청원한 건이 53건이나 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각종 정책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무분별한 의견 표출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그러나 고인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 정의한 것처럼 이러한 현상이 참여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동구도 민선 7기를 맞아 ‘마을 단위 풀뿌리 민주주의 행정을 위한 주민 정책 제안 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9월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 등 3개 분야에 대해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주민 의견을 행정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한 달 동안 ‘동구 소태동 위생매립장 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주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소태동 위생매립장은 광주~화순 간 국도 22호선 근처 남문로 일원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11만 8632㎡(약 3만 5000여 평). 이곳이 조성된 배경은 1995년 민선 1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주시 전 지역은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북구 운정동 광역 위생매립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대체 매립장 마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시가 자치구별로 매립장을 마련토록 방침을 세우자 우리 동구는 서둘러 매립장 마련에 나섰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집단 농성이 수십 차례나 있었고 이런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일 년이 넘게 걸렸다. 여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1998년에 매립장 조성 공사 첫 삽을 떴다. 총 사업비 135억 7000만 원을 들여 2000년에 공사를 마무리해 그해부터 쓰레기 매립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성된 동구 위생매립장은 자치구 단위 매립장으로는 전국 최초라는 뜻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2011년 9월 사용이 종료될 때까지 하루 기준 약 100여 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동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그 역할을 다해준 소중한 존재였다.

서울·인천·대구 등 대도시에서 운영됐던 매립장이 사용이 종료된 후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복원된 사례가 많다. 우리 동구는 10여 년 동안 동구의 환경을 지킨 위생매립장을 다시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사례인 생태 공원 조성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주민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공모전에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자치구 단위로는 규모가 큰 총 1000만 원의 시상금을 걸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주민 복지 시설, 문화 관광 시설 및 수익 사업 등 모든 분야의 제안이 가능하다.

이번 공모전을 시작한 후 필자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이라는 말을 계속 머릿속에 떠올린다. 제갈량이 정책에 대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하며 한 말인데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동구의 소중한 자산인 위생매립장 부지 활용 방안 아이디어 공모전에 많은 주민들께서 소중한 의견 내주시기를, 그래서 주민들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