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말에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 있지”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이 너무도 정이 없고 냉정하여 이쪽에서 정을 줄래야 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 말을 한 번 거꾸로 붙여 보자.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지” 듣기에 조금도 서투르거나 어색하지 않고 점잖은 문구가 아닌가?

남에게 먼저 나의 정을 주어 보자. 그리고 오는 정을 반갑게 받아들여 나의 빈 마음의 밭을 가득 채워보자. 받는 기쁨보다 아낌없이 주는 그 즐거움을!

남편과 아내 사이일수록 이 정이란 더욱 미묘한 것이다. 정이란 사랑이 같이할 때만이 생길 수 있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누구에게나 꺼내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물이 그릇에 가득 차면 자연히 넘쳐 흐르기 마련인 것처럼 사랑이 가슴에 가득 찰 때엔 물질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상례라고 본다.

서로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맞이할 때 작은 꽃 한 송이, 한 포기의 화분을 사 들고 아내의 따스한 가슴에 안겨주는 것, 혹은 남편의 취미에 맞는 넥타이 하나라도 사 가지고 다정하게 그 목에 매어준다면 이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엔진에 윤활유를 넣어 주어야 그 엔진이 고장 없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음과 같이 그 가정은 무엇인가 말로는 형용치 못할 부드러운 명랑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부 사이의 결합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예술(Art)이라고 본다. 두 사람이 그저 합하여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을 결혼 생활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 믿음직하고 신비하고 황홀함이 있어야 그것을 참다운 의미의 결혼 생활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시들어 가는 꽃송이와 흡사한 가정을 가질 이유가 아무 데도 없다고 믿는 동시에 왜 향기롭고, 윤택하고, 황홀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 꽃포기 밑에 작은 한 줌의 거름을 때에 따라 가끔가끔 줄 수 없겠느냔 말이다.

한 가정 한 가정이, 사회가 나라가 싱싱한 꽃포기처럼 향기로운 향내를 피울 수 있을 때 가정, 사회, 국가도 건전하게 같이 자랄 수 있겠고 향기 가득찬 꽃동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목회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교우들에게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를 각인시키면서 먼저 본 사람이 정과 사랑을 주는 신앙 실천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아내들 경우는 “사랑해요” “고생했어요. 여보” “정말 고마워요” “당신 최고야”, 남편들은 “오늘 따라 당신이 더 예쁜데!”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는 당신이 전부요” “결혼 잘한 것 같아” “당신만은 믿어요” “애가 당신 닮아서 정말 똑똑해요”라고. 애정 어린 말, 온유함이 담뿍 담긴 말로 내가 먼저 사랑을 주고 정을 주는 것이 율법의 완성이라고.

먼저 정을 주는 신앙 생활 운동을 펼친 후 교회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생각하면 지금도 퍽 감사한 일이었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지” 얼마나 참된 기독교인의 정신이요, 신사적인 문구가 아닌가 하고 가만히 그 구절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