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자동차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다. 모든 좌석에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됨으로써 앞으로는 뒷 좌석 승객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안전벨트 착용 동승자가 13세 미만 아동일 경우에는 두 배인 6만 원이 부과된다. 그리고 6세 미만 영유아는 반드시 카 시트를 착용해야 한다. 위반시 역시 과태료 6만 원이 부과된다.

이번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일반 차량, 사업용 차량 구별 없이 같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택시·버스의 경우 안전벨트가 설치돼 있으나 승객이 운전사로부터 안전벨트 착용을 안내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때 일일이 통제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운 점이 있어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를 1990년에 도입했는데, 약 30년 가까이 지난 올해 비로소 일반 도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됐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OECD국가 상당수가 이미 우리보다 일찍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2017년 OECD 국제 도로 교통사고 데이터베이스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앞 좌석의 안전벨트 착용률은 88.5%, 뒷 좌석 안전벨트 착용률은 30.2%에 그쳤다고 한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 호주는 앞 좌석 착용률이 97%, 뒷 좌석이 86%이며, 독일은 앞 좌석이 98.6%, 뒷좌석이 99%에 달하는 등 상당수 국가가 80∼90%대의 높은 착용률을 보이고 있다.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는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조속히 정착되어야 할 제도다.

전 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치사율이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가 착용했을 때 보다 앞 좌석이 2.8배, 뒷좌석이 3.7배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뒷 좌석 탑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뒷좌석 탑승자가 동승자를 충격해 동승자가 사망할 확률이 7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자동차 운행 시 안전벨트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난다면 나뿐 아니라 내 가족, 친구, 동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그래서 안전벨트를 생명벨트라 부른다.

안전벨트를 바르게 착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불편함을 이유로 클립 등을 고정해 느슨하게 착용하지 말고 가슴과 배에 걸쳐 몸에 착 달라붙도록 정확히 착용해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영암에서는 지난 5월에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노인 14명을 태운 미니 버스가 다른 차량과 충돌하면서 8명이 사망하고 운전자를 포함한 7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났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버스에 탑승하신 모든 어르신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면 사망자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 법안은 분명히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뒷좌석에 탔을 경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전 좌선 안전벨트 착용을 위해 계도 중인데 시행이 되는지 조차 모르는 국민들도 허다하다. 경찰의 계도와 단속도 중요하지만 단속 전에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에 대한 홍보를 신문, 방송 등 각종 홍보 매체나 정부, 지자체의 각종 행사 등을 통해 지속적,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홍보와 계도, 단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안전벨트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국민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뒷 좌석 안전벨트 미착용은 단속이 어려운 만큼 더더욱 그렇다. 단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의 안전을 위해 법규를 지키는 시민 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호주, 독일 등 선진 외국처럼 일상화돼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