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권은 중앙 집권 국가 폐해의 대안으로 나온 국가 구조로 지방의 고유 권한인 지방 자치권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방 분권은 지방 단체의 자치권이 보장되고 법률의 범위 내에서 자치 업무를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치적·행정적 구조를 말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는 중앙 정부가 큰 틀의 정책 결정 및 통치에만 관심을 갖고 실질적 도시 운영 권한은 지방 도시들이 갖는 형태의 지방 분권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대부분 권한이 집중된 권력 집중형 정치 모델인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중앙 및 지방 간 권력의 균형 도모를 위해 지방 분권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지방 분권은 국정의 중점 추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 분권과 균형 발전을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며 “자치 입법권, 자치 행정권, 자치 재정권, 자치 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보장해 수도권과 중앙 정부로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 정부로 담대하게 이양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여수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도 “새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 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았다. 흔들림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선언하며 지방 분권 의지를 피력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 분권형 개헌을 위해 힘을 모으고, 지방 분권 시대의 준비를 논의하고 있다. 지방 의회 역시 지방 분권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지난 22일 전국 17개 광역 의회를 중심으로 국회에서 ‘지방 분권 개헌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중단된 지방 분권형 개헌 논의 즉각 재개, 지방의회 전문성·독립성 강화, 인사권 독립, 자율성 확대를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지방 분권은 국가 발전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이자 시대 요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불리는 저성장 시대,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위기,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더 이상 중앙 집권적 국정 운영으로는 국가 발전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는 지방 분권을 통해 지방이 자생적 역량을 극대화하고 지역의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지난 3월 정부는 지방 정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 분권형’ 개헌안을 제시했다. 개헌안에는 지방 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하고, 자치 행정·자치 입법·자치 재정권을 크게 강화해 자치 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방 분권형 개헌 논의는 어느 순간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이해 관계와 맞물려 정체되었다.

국민들은 지방 분권을 원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지방 분권형 개헌은 지방의 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러한 결정에 대해 주민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보장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국가는 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가 지나치게 큰 일을 홀로 떠맡는 정치 형태의 폐해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서로 상생하기 위해서도 지방 분권형 개헌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 분권형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지방 의회, 지방 자치 단체, 지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