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극지에 있는 거대 빙산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자주 목격하게 된다. 100m 높이의 빙산 일부가 쪼개지는 경우 해일 발생 우려도 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경험하면서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수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도 따뜻해진 대기가 수용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 물질로 지목받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대기 농도 증가를 표시해 주는 킬링 곡선(Keeling Curve)은 지금 당장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당장 먹고 사는 것에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강대국의 개발 의지로 인해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 이행도 자체 동력이 약화돼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면서 우리를 자극해온 기후 변화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피로감까지 겹쳐 미래 후손에 물려줄 지구의 모습은 예측이 힘들 정도로 흐릿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안락함을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한 화석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의 열을 과거보다 더 많이 붙잡아 두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기는 지구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과 끊임없이 열 교환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기의 열이 바닷물의 온도를 높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표층 수온은 최근 30년 동안 최대 3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구에 바다가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대기의 온도는 훨씬 높아 졌을 것이다. 해양의 열 용량은 대기보다 약 1000배가 크다. 해양은 대기 온도 상승에 완충 작용을 해줄 뿐 아니라 대기 속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흡수하여 저장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를 완화해 주고 있다. 기후 변화 속도를 낮추는 해양의 역할은 실로 지대하다.

하지만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 변화는 심각하다. 바다 양식에서 가장 큰 해양의 물리적 변수는 수온이다. 겨울철 해조류나 어패류 양식은 연안 수온이 조금만 올라도 생산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국 수산물 생산의 57%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남서해안의 양식 관계자들이 매년 해수 온도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남서해안 냉수대의 이상 흐름과 이로 인한 급격한 저수온 또는 고수온 현상은 그 해 양식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에 바닷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정보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기상청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상 융합 서비스는 수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기상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완도의 전복 생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광주지방기상청에서 개발한 전복 산업 지원을 위한 해양 기상 융합 서비스는 전복의 먹이류와 관련된 작업 지수 뿐만 아니라 바다의 수온, 염분, 유속 등의 예측 정보까지 휴대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기상 정보가 단순한 일기 예보에서 산업 정보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서비스의 바탕이 되는 기상 정보의 정확도 수준은 지금보다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범용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요에 맞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장형 서비스 개발에는 실제로 활용되는 업종 관계자들의 경험과 지식이 수렴되고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활용성이 담보되는 맞춤형 정보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날씨나 기후는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매일 생산되는 다양한 기상 정보를 무의미하게 흘러 보낼 것이 아니라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가치를 높여야 한다. 기상 정보의 산업적 활용은 발전 가능성이 큰 미래의 블루 오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