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바다를 동경하는 경우가 많다. 드넓은 바다는 내륙 사람들이 흔히 접하는 숲과는 또 다른 독특한 흥취를 선사한다. 하지만 장성 사람들은 바다가 있는 지역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바다와 같은 흥취를 안기는 장성호가 있기 때문이다.

장성호는 1976년 장성군 북하면에 완공한 인공호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경관 덕분에 이듬해 국가 지정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1급수를 자랑하는 장성호에는 잉어, 쏘가리, 빙어, 붕어 등 각종 민물고기가 많아 강태공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그뿐인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바람과 파도가 적고 겨울철에도 호수가 얼지 않는 등 천혜의 수상 스포츠 여건을 갖추고 있다. 가장 완벽한 내륙 수상 스포츠 환경을 갖춘 덕분에 2008년부터 전국 규모 조정 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처럼 관광 자원으로서 무궁한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장성호는 그동안 사실상 방치돼 왔다. 너무나 귀한 자원임에도 쓸모를 찾아주지 못해 기껏해야 메기탕이나 먹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장성호를 이대로 둬선 안 된다.’ 군수로 부임한 뒤 나는 장성호에 국민 관광지로서의 명성을 되찾아주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적절한 방안을 찾기 위해 수없이 장성호를 방문한 나는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수년 전 장성호를 찾았을 때 호수를 둘러싼 임도를 트레킹하는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이 내게 말했다. “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장성호가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이렇게 호수와 산의 경치가 어우러진 곳이 많지 않아요. 우리도 기대 없이 왔다가 감탄해 매번 온답니다.” 관광객들의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이거다!’ 장성호를 트레킹 명소로 만들자. 데크길과 출렁다리를 만들어 걷는 재미를 더하면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장성호 수변길’과 ‘옐로우 출렁다리’다.

‘장성호 수변길’을 걸으면 숲과 호수의 정취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도 2시간 40분이면 전 코스를 밟을 수 있을 정도로 험하지 않기에 동호회원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찾아도 좋다. ‘장성호 수변길’의 백미는 호숫가를 따라 설치된 1.2km 길이의 데크길이다. 그 자체로 그림처럼 아름다울뿐더러 탁 트인 장성호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작품’이 나올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한쪽에선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를, 다른 한쪽에선 물이 절벽을 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옐로우 출렁다리’는 또 어떤가. 장성호 상류 용곡리 호수 협곡을 연결한 길이 154m의 이 다리는 장성호 수변길 1.2㎞ 지점과 2.7㎞ 지점을 바로 연결함으로써 완주 시간을 단축해준다. 그뿐인가. 아름다운 장성호를 한눈에 바라보며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는 스릴까지 만끽할 수 있다. 의욕적으로 만든 ‘장성호 수변길’과 ‘옐로우 출렁다리’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장성호 수변길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대한민국 대표 걷기 길로 선정됐으며, 전남도로부터는 9월의 추천 여행지로 뽑히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옐로우 출렁다리’는 만들자마자 주말만 되면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이 온 만큼 더욱 많은 분들이 장성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의 ‘장성호 프로젝트’는 원대하다. 장성호를 체류형 관광단지로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서 총 34km에 이르는 ‘장성호 수변 100리 길’을 테마별로 조성하고 장성호 바로 아래에 강수욕장, 민물고기 생태 학습장 등을 갖춘 수상 레포츠 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 그러면 걷고 보고 즐길 거리를 모두 갖춘 관광단지가 탄생할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소개된 조선 후기 문장가 유한준의 말이다. 군수인 나는 이 말을 고향을 사랑하면 방치돼 있는 관광지에서도 쓸모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