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은 지난 8월 작년 한국의 GDP가 1조 5308억 달러를 기록하여 세계에서 12번째로 국가 경쟁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 달러를 기록하고, 경제 성장률이 3% 이상 유지될 경우 2023년에는 4만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와는 반대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교통사고율’이다. 부언하면 차량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2017년 기준 약 4071명)의 비율이 우리나라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의 원인은 주로 과속, 주시 태만, 안전 거리 미확보, 차량 결함, 졸음 운전, 음주, 운전 미숙 등 다양한 형태로 운전자의 개별 행위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요인이 절대적으로 운전자에게 원인이 있다고 보기에 무리한 부분도 있다. 바로 “도로상에서 이루어지는 공사 또는 도로에 장애를 주는 공사장(건물 등)의 교통안전 문제”가 그것이다. 도로 공사의 유형으로는 대게 유지 보수, 긴급 복구, 상하수도, 가스, 전기, 시설물 설치 공사 등이 있으며, 도로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에는 대게 상가, 주택, 아파트, 산업단지 등 도로를 일정부분 점유하여 공사가 이루어지는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교통 체증 유발과 함께 교통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게 마련이지만, 안전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더 큰 문제다.

비전문가의 잘못된 차량 유도 시설 및 유도 방식(공사 인부의 차량 유도, 아르바이트 인력의 유도, 공사 관련자의 유도 등) 등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법적인 효력이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신호 또는 지시에 따를 의무에는 경찰(의무 경찰 포함), 경찰을 보조하는 사람의 범위에 해당하는 자(모범운전자, 헌병, 소방공무원)에 국한하고 있어 반대로 해석하면 이러한 행위들은 도로상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교육을 통한 자격이 있는 사람의 교통 유도 및 통제 업무가 필요하다. 시스템을 제도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관련법 신설 등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일본에서는 이미 1972년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교통 유도 업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제화를 통해 사회 안정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일찍이 ‘교통 통제관’을 제도권의 도로 시스템에 편제시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이고 교통 혼잡 비용 절감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의 경우 교통 혼잡 비용(시간 가치, 인건비, 보험료, 연료비 등)은 약 40조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연간 국방비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로 교통 혼잡 비용만 줄여도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10만 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도로 점용 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사 현장은 주변의 혼잡을 가중시키고 보행자와 차량의 불편을 증가시킨다. 또 교통사고 위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통 지체 또한 사회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 및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교통 유도 업무 제도의 도입과 함께 체계적인 도로 시스템의 제도권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