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옛글(古語) 시간에 선생님께서 교실에 들어오시더니 칠판에 사람인(人)자를 여덟 개 쓰시고는 학생들에게 해석해 볼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셨다. 학생들은 저마다 야단이었다.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까지는 해석이 가능했다. 결국 선생님께서 해석해 주셨다. “사람이 사람이면 사람마다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 노릇을 해야 그 사람이 사람이지” 평생 목사로 살면서 얼마나 큰 교훈이 됐는지 생각날 때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를 외우며 살아왔다.

요즘 우리가 사는 사회를 4차 산업 혁명 시대라 부르기 시작하고 있다. 한 마디로 더 풍부한 물질 사회가 될 것이라는 말인 것이다. 더욱 여유있는 풍성한 대중적 조직화가 된다는 말이다.

사람은 풍요로운 물질이 관심이라 도시의 행정, 정치, 복지 증진이 행정의 관심이다. 도시 사회를 핑계 삼아 거대한 조직 속에 사람을 몰아넣고 조직의 기능에 순응하도록 관리 기술을 발휘하는 사회다. 관료 조직으로부터 사회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두 기능적이며 지배체계 속에 묶여있다. 이런 구속감 속에 스트레스가 쌓여 가고 있다. 또 대중이라는 거대한 문화의 틀 속에 갇혀 보기 싫어도, 듣기 싫어도 어쩔 수없이 자기를 버리고 대개는 저질적인 문화의 분류 속에 떠밀리며 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구속은 벗고 살 수 없는가 생각해 본다. 내 모습, 내 생각, 내 방식대로 과연 살 수 없는 것인가? 참으로 사람 노릇을 하는 그 사람의 삶의 모델이 무엇일까?

사람은 나름대로 각기 자기 완성의 꿈을 안고 산다. 그러나 가중되는 무게에 못 이겨 어느 숱한 자아실현의 욕구를 잃고 거대한 사회 조직 속에 자신을 맡기고 매몰돼 가고 있다. 때로는 속물시하며 물질의 쾌락 추구에 몰입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청푸른 색깔로 서 있기를 다짐하던 내가 어느 사이 군중 속의 나를 속이고 순수성을 스스로 포기한 채, 색깔 없이 살아가면서 삶에 무관심하고 있다. 습관적인 삶, 반복적인 복제된 삶을 살고 있다. 대중문화의 노예로 자기 성찰도 개성 추구도 거세된 채, 짜여진 삶의 구도 속에서 휘청거리며 살고 있다. 참으로 사람다운 삶의 본령(本領)은 어디일까? 요즘 사람들의 삶의 목적은 종전의 물질적 풍요라는 데서 나아가 지적, 심미적 만족을 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부의 증식, 물질적 소유라는 일차적 욕구가 지향되고 미적 만족, 사랑, 존경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양에서 질로 바뀌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 사람다운 삶, 곧 질 높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삶의 문제는 순전히 본인의 체험과 느낌이라는 주관적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관찰되거나 객관적 지표만으로는 평가될 수가 없는 일이여서, 보편적 기준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먼저 질 높은 삶을 사는 것이다. 사랑과 존경에의 욕구, 이웃과 사회로부터의 존경이나 사랑받는 일은 그들을 사랑하는 삶이어야 한다. 자기를 비우고 내주어 버리는 삶이다. 철저하게 자기 절제가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삶이다. 자연은 우리 사람에게 철저하게 바치고 퍼 주는 것처럼 우주적 질서에 맞는 삶이 질 높은 삶인 것이다. 그리고 또 대중 사회에 꼭 필요 가치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필요한 존재는 스스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존재는 또 스스로도 필요한 존재를 끌어오게 된다. 삶의 의미는 내가 남에게 필요한 존재로 성장하는데 있다. 누구에게나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사람다운 사람이 된다.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가 있을까마는 남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꼭 필요한 존재는 스스로도 존재의 이유를 지니게 된다.

사람은 전부를 창조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바다, 그 부여받은 바를 헛되이 쓰라는 것이 아니다. 욕구의 노예가 아닌 창조의 신께서 바라시는 창조 질서 보전의 삶을 이루려 노력하는 삶이 사람다운 아름다운 삶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