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이미지를 상징하는 명소인 랜드마크는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놓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일례로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은 매년 7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여 웬만한 나라의 관광객보다 많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서의 문화 인프라 개선과 외국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도 광주 랜드마크 건설이 필요함에는 이론이 없다.

필자는 민주·인권·평화의 광주 정신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광주 현대미술관 건립을 제안한다. 일부 논란이 된 518m에 달하는 빛의 타워 규모의 10분의 1 크기의 51.8m 규모가 어떨까 한다. 미술관 본관 건물 높이는 30m로 하고, 옥상에 21m 크기의 나선형 전시관을 가진 유리 돔을 설치한다. 관람객들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서 관람하며 31m 근처에 3·1절에서 광복 및 분단 관련 작품 공간을, 41.9m 근처에 4·19에서 유신 이후 민주화 운동 관련 작품 공간을, 51.8m 부근에 5·18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그림, 사진, 조각 등을 전시하는 것이다.

독일 연방의회는 의회 건물 옥상에 40m 높이의 유리 돔을 설치해 베를린시와 독일 의회의 역사를 설명하는 작품을 전시하는데 베를린을 찾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방문하는 명소이다. 유리 돔을 통해 들어온 자연광은 건물 내부에 있는 360개의 거울에 반사되어 의사당의 난방과 조명 에너지로 사용하여 친환경, 투명성, 국민을 위에 모신다는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이를 참고했으면 한다.

랜드마크는 독창성, 상징성, 접근성, 이용성 등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위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에머슨의 말처럼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립 단계부터 반대가 극심하였다.

에펠탑은 파리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스러운 철골 구조물로 비난을 받아 1909년 철거 예정 이었으나 통신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덴마크 출신 건축가 ‘요른 웃손’이 혁신적 디자인과 1959년 350만 파운드의 초기 예상 비용의 30배 넘는 1억 2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공사 비용, 4년간 예상된 공사는 14년만인 1973년에 완공하는 등 공기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요른 웃손’은 오페라하우스가 건축물이 아닌 예술품이라는 원칙과 절대 타협하지 않아 공사중인 1966년 해임되었으며, 해임 이후 호주 정부의 개관식 초청 등 화해 움직임에도 죽을 때까지 시드니에 가지 않았다. 건축가와 몰상식한 호주정부 관리와의 서사시와도 같은 싸움은 ‘웃손, 오페라하우스 배후의 인물’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LA 산타모니카에 자신의 집을 지었을 때 이웃들이 시당국에 괴상한 건물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있을 정도로 반항적이이고 파격적인 건축 성향으로 유명하다. 당시 미국 건축계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아 일감이 없었던 그를 파격적으로 기용한 것은 철강 산업의 침체로 슬럼화된 빌바오시였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건립된 후 늘어난 관광객수가 약 100만 명이다. 한 건축가의 뛰어난 발상이 도시를 되살리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광주 랜드마크 건설을 위해서는 5·18의 정신과 이상을 구현하는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건축 디자인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며, 일단 건축가에 의뢰한 후에는 지원은 하되 입지나 설계 등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기관장 임기내 완공 등 빨리빨리 문화를 불식하여야 하며, 완벽한 공사를 위해 예산 등의 문제에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랜드마크 건물의 경우 공정의 난이도가 건축 공학의 극한까지 시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설계안보다 쉽고 빠르고 싼 방법으로 만들려는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하면 확보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등 원칙과 타협하지 않는 조치가 필요하다.

광주를 상징하는 5·18 현대미술관 건립이 46억 아시아인이 찾는 문화 관광 매력 도시로서의 첫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