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인들은 열심히 일해도 왜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들죠?”

“문화 예술? 그런 건 먹고 살 만한 사람들만 즐기는 거 아니에요? 저랑은 너무 다른 세상 이야기예요.”

“문화 예술이 향유 대상을 넘어서 사람들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문화계에서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는 위 세 가지 질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전업 문화 예술인들의 가장 근본적인 바람은 ‘문화로 먹고 살기’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지속 가능한 문화 활동’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문화로 먹고 살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하루 8시간 주 5일간 일하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바로 이것 아닐까? 나아가 최소한의 생활 수준이 아니라 사람다운, 인간다운, 문화적인 삶을 영위하는 적정 수준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회가 바로 건강하고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전업 문화 예술인들의 상황은 어떤가? 2016년 진행된 광주 지역 예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연간 소득 설문 문항에서 999만 원 이하 예술인 비율이 29.7%로 가장 높았으며, 그 수입마저 ‘비 예술 활동 수입’이 55.0%의 평균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예술 활동 수입 비중보다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둘째,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떤가? 문화 예술은 먹고 살 만한 여유 있는 사람이 공연장, 전시장 가서 즐기는 거지 일반 시민들과는 별반 상관없는 딴 세상 얘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팍팍한 사람들에게 문화 이야기는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문화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문화이고, 새롭고 다양하고 더 질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화의 역할이다. 더 이상 문화 예술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도시나 지역에서 문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문화 예술은 도시를 창의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체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수혜 대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향유 대상으로서 문화 예술의 역할은 꼭 필요하지만 오로지 그것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도 않고, 문화 예술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큰 원인이다. 이제 문화의 힘은 도시와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으로서 주체적 역할이 늘어나야 한다. 문화와 환경, 문화와 도시 재생, 문화와 주거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문화 활동가들의 창의적 활동이 요구되는 창의 도시의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위의 세 가지 질문은 광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문화계가 겪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세대, 분야를 초월해 꿈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가능하다. 그래서 광주의 21개 청년 문화단체 연대체인 상상실현네트워크가 뜻을 모아 나섰다. ‘지속 가능한 문화 활동’, ‘시민들의 문화적인 삶’, ‘세상을 변화시키는 문화의 힘 키우기’ 라는 문화계의 꿈을 함께 공유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광주 지역 청년 문화단체들의 연대 활동을 넘어 ‘전국 단위 청년 문화 연대 활동’을 꿈꾸고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 시작을 위한 자리로 최근(8월 25일~26일)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빽’이 되자는 작당 모의를 컨셉으로 한 전국청년문화활동가대회 ‘전국문화해적대집결’이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렸다. 전국문화해적대집결은 최근 몇 년간 종종 열렸던 전국 청년 문화 활동가 모임과 비슷하지만 ‘지속적인 전국 단위 젊은 문화 연대’를 시작하자는 데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진행되었고 1박 2일의 일정을 통해 앞으로 1년에 최소 두 번 이상 지역을 돌아가며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연대 모임을 개최하자는 데 뜻을 모으게 됐다. 젊은 문화 예술인들의 전국 연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체 간 협업, 정책 제안, 협업, 공론화 작업 등 무궁무진할 것이다. 청년들의 이런 꿈틀거림에 많은 응원과 격려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