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움’이란 도대체 뭘까? 민선 7기 ‘광주다움’의 함의를 이해하느라 광주시 부서마다 고민이 깊다. 광주다움이란 광주만의 독특·고유한 것을 찾아내 이를 도시 전역에 확산시키고 경제적으로 접목해 광주 경제를 살리자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 이런 고민 아래 ‘광주다운 도시’ 모델 발굴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가졌다. 현재 광주의 도시 문제와 도시 디자인, 건축 방향 등 도시 계획의 미래 비전으로 논점 거리는 단연 무엇으로 도시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여러 사례를 통해 중·소 도시는 1~2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도시 정체성을 만들 수 있지만, 광주와 같은 광역시급 이상 도시는 교육, 문화, 일자리, 도시 환경 등 다양한 부문을 통섭·융합해야 도시 정체성이라는 정수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시 전체적인 이미지와 프로젝트에 의해 도시다움이 표출된다고 본 것이다.

일본 규슈의 구마모토 현은 도쿄, 오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건축 디자인과 도시 문화를 결합시키는 구마모토 아트 폴리스(Art polis) 사업이다. 1980년대 급격한 공업화에 따른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도지사였던 호소카와 모리히토는 ‘남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는 기치를 내 걸고 베를린 건축전을 직접 방문, 아트 폴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공공 시설의 계획 첫 단계부터 창의적인 디자이너와 지역주민이 참여해 구마모토현 만의 독자적인 건축 디자인을 창출하도록 한 것이다.

아트 폴리스 프로젝트 참가 1호 작품인 구마모토키타 경찰서는 계단이 거꾸로 서 있는 듯한 모양새에 정면은 모두 반투명 유리로 장식하는 ‘역발상의 디자인’으로 명소가 됐다. 한 개 점에서 출발했던 아트 폴리스는 이제 선으로 연결되고 구마모토 전체를 아트 폴리스로 색칠하는 면으로의 전면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도시를 바꾸는 디자인의 힘이 여기에 있다.

광주 건축 디자인의 현 주소는 어떨까? 그동안 광주는 건물의 기능에 충실한 나머지 도시 정체성에 대해 기여도가 매우 낮았던 게 사실이다. 이제, 개인 건축도 건축주의 전유 공간에서 사회적 공유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문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는 도시 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해서 건물들은 서로 융합하고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광주 도시 건축도 혁신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그 첫 걸음은 디자인 도시 광주 실현을 위해서 획일화된 아파트 공급을 지양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대신 미래라이프 스타일(1인 가구, 고령화)을 감안한 저층 주거 유형 개발이 검토될 것이다. 고유한 삶의 원형질을 살리기 위해 도심권의 유서 깊은 주택지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월산동, 산수동 등 구릉 주택은 지형을 살려 다양한 주거지 환 경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종 주거 지역 종 상향 지양과 조례 등 행정 제도도 연차적으로 정비된다.

소통을 바탕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건축사협회, 전문가,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공공 기관, 민간 시설, 종교 시설 등의 외벽 디자인, 건물 배치, 특화된 부대 시설의 디자인 향상을 위한 모델을 개발할 것이다. 특히,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하고 에너지를 제로화 할 수 있는 디자인이 검토된다.

또한 지역 청년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과 지원단을 운영한다. ‘세계적인 건축가의 디자인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그곳은 대부분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의 기억에서 나온다’고 한다. 광주에서 자란 청년들이 광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 한다.

이제 광주만의 옷을 디자인하여 새로운 도시를 만들 때가 되었다. 광주에 걸맞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이제껏 세상에 없었던 큰 그림을 디자인해보자. 공존, 공감, 소통으로 모두를 껴안는 휴머니즘 도시 디자인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