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갑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고장 난 5·18, 고장 난 손으론 못 고친다
2018년 09월 03일(월) 00:00 가가
퇴근길, 도시의 저녁이 밤으로 가고 있을 때, 좁은 길 쪽으로 꺾어들자 풀벌레 울음소리가 예전에 비해 자못 우렁찼다. 어찌 저리 됐나? 물론 생식(生殖) 때문이겠지.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에 막혀 짝을 찾지 못할까 걱정되어 스스로 볼륨을 키운 거겠지. 그렇다면 풀벌레한테는 죄가 없다. 사람이 유죄다. 저 무고한 풀벌레들을 사람이 고장 나게 한 것이다.
도시의 밤, 그 밤으로 가면 달도 별도 성치 않다. 아파트 같이 건물들에 가려 좀체 달구경하기도 힘들고, 사람이 만든 전깃불에 치여 달빛도 션찮다. 별은 또 어떤가. 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 너무 나간 걸까. 고개를 있는 대로 젖혀 올려다보아도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나오는 그런 별은 만나기 어려운 게 도시의 밤이다.
풀벌레와 달과 별, 그런 고장 말고도 광주는 고장을 하나 더 갖고 있다. 5·18에 커다란 고장이 났다는 얘기다. 한데 그 ‘광주의 고장’을 가장 명쾌하게 분석해 놓은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면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전두환이 제 손에 광주의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떼쓰기 위해 ‘전두환 회고록’ 1권(377~542쪽, 2017년 발간)에 끼워넣은 76개의 인용문이 그것이다. 거참, 그게 뭣인가.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때의 계엄군 쪽 진술과 12·12 및 5·18 사건 검찰 수사 및 공판 기록 등에서 따온 것들 일색이라는 데 광주의 탄식이 머문다. 물론 자신의 주장을 튼튼하게 받쳐 주는 받침돌로, 혹은 ‘허위 사실’을 ‘사실’로 둔갑시키기 위해 자기한테 유리한 대목만 끌어다 썼다.
그 ‘광주의 고장’을 고치기 위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오는 9월 14일 돛을 달게 된다. ‘진상조사위원(9명) 구성에 고장이 생기면 진상 조사가 고장 난다’는 것쯤이야 조사 위원을 추천하는 정치권 쪽이 더 잘 유념하고 있을 터. 하지만 제발이지 이런 사람들을 위원으로 뽑아 달라는 ‘소원성 권유’를 ‘불손한 주문쯤’으로 꺾어 듣지는 마시길 간망한다. 이를테면 진상 조사란 것이 광주의 ‘참’과 신군부의 ‘거짓’ 대결이란 점에서 볼 때 5·18 공부가 덜 되어 있을 경우 질 낮은 궤변마저 넘어서지 못할 것이므로, 가급적이면 공부가 좀 되어 있는 사람을 뽑았으면 한다는 진언이다.
자신은 5·18과 무관하다며 노상 입에서 뱀 나올 소리만 주워섬기는 전두환과 전두환 그룹 쪽이 속이고, 감추고, 공작하고, 조작하고, 거짓 선전하기를 그 몇 해이던가. 자그마치 38년이다. 열정 없인 고장 난 5·18을 고칠 수 없다는 염려를 그래서 놓을 수 없다. 그 열정의 본보기를 들라 하면, 작년 9월 10일부터 올 2월 10일까지 5개월 동안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일한 어느 변호사가 1순위로 떠오른다. 조사위원이 되면서 그는 변호사 사무실 문을 아예 닫아 버리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특조위 회의가 매주 두 번씩 열렸지만, 위원 가운데 그이만 홀로 그것도 추석날 하루만 빼고 날마다 국방부에 나타나 새로 발굴한 군 기록을 탐독하기도 했다 하지 않은가. 때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 가며 밤이 이슥하도록 ‘쟁점’ 논쟁을 벌였고, 자꾸만 외로 가는 조사관 2명을 아웃시키기도 했다.
진상조사위원장, 그 자리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진상 조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걸 광주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진상 조사의 총사령탑인 위원장이 조사의 기본 방향을 잡고, 조사의 핵심 목록(리스트)을 찍어 주며, 조사 목록의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는 까닭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산으로 가는 배를 바다로 끌어내리는 지략도, ‘기다, 아니다 논쟁’ 때 난관을 헤쳐 나가는 돌파력 등도 위원장 몫이라는 얘기다.
그게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파악하는 사람의 각도(생각의 방향이나 관점)가 중(重)하다 함은 그 각도에 따라 물이 불이 될 만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 5·18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파란 안경을 끼면 5·18이 파랗게, 노란 안경을 끼면 5·18이 노랗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장 및 위원 추천의 ‘최고 기준’을 ‘각도’에 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상 조사 목록 가운데 ‘몸통’이 무엇이고 ‘깃털’이 무엇인지 가려낼 안목이 없다면 그 또한 ‘추천감’으론 부적절하다는 게 광주의 목소리다.
위원장 자리도 그렇고, 위원도 그렇다. 대단히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그 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다. 조선 왕조의 ‘사관정신’(史官精神)을 갖춘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막중함이 그러하니, 글의 제목으로 ‘고장 난 5·18, 고장 난 손으론 못 고친다’고 내놓았다. 고장 난 손들이 아니라야 5·18의 ‘진실’을 완성할 수 있다.
풀벌레와 달과 별, 그런 고장 말고도 광주는 고장을 하나 더 갖고 있다. 5·18에 커다란 고장이 났다는 얘기다. 한데 그 ‘광주의 고장’을 가장 명쾌하게 분석해 놓은 사람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면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전두환이 제 손에 광주의 피를 묻히지 않았다고 떼쓰기 위해 ‘전두환 회고록’ 1권(377~542쪽, 2017년 발간)에 끼워넣은 76개의 인용문이 그것이다. 거참, 그게 뭣인가.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때의 계엄군 쪽 진술과 12·12 및 5·18 사건 검찰 수사 및 공판 기록 등에서 따온 것들 일색이라는 데 광주의 탄식이 머문다. 물론 자신의 주장을 튼튼하게 받쳐 주는 받침돌로, 혹은 ‘허위 사실’을 ‘사실’로 둔갑시키기 위해 자기한테 유리한 대목만 끌어다 썼다.
진상조사위원장, 그 자리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진상 조사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걸 광주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진상 조사의 총사령탑인 위원장이 조사의 기본 방향을 잡고, 조사의 핵심 목록(리스트)을 찍어 주며, 조사 목록의 우선순위 등을 결정하는 까닭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산으로 가는 배를 바다로 끌어내리는 지략도, ‘기다, 아니다 논쟁’ 때 난관을 헤쳐 나가는 돌파력 등도 위원장 몫이라는 얘기다.
그게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파악하는 사람의 각도(생각의 방향이나 관점)가 중(重)하다 함은 그 각도에 따라 물이 불이 될 만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 5·18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파란 안경을 끼면 5·18이 파랗게, 노란 안경을 끼면 5·18이 노랗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장 및 위원 추천의 ‘최고 기준’을 ‘각도’에 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상 조사 목록 가운데 ‘몸통’이 무엇이고 ‘깃털’이 무엇인지 가려낼 안목이 없다면 그 또한 ‘추천감’으론 부적절하다는 게 광주의 목소리다.
위원장 자리도 그렇고, 위원도 그렇다. 대단히 송구스러운 얘기지만, 그 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다. 조선 왕조의 ‘사관정신’(史官精神)을 갖춘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막중함이 그러하니, 글의 제목으로 ‘고장 난 5·18, 고장 난 손으론 못 고친다’고 내놓았다. 고장 난 손들이 아니라야 5·18의 ‘진실’을 완성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