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대는 가을바람은 축제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좋은 촉매제다. 광주를 대표하는 축제로서 그 위상을 더욱 확고히 정착시켜가는 충장 축제나 인문학 축제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품격을 더해가는 ‘굿모닝 양림’이 10월에 열리는 이유도 날씨와 무관치 않다.

그런데 10월 말, 근대 역사문화 마을 양림동에서는 또 하나의 파워풀한 축제무대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양림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아직도 광주에서 재즈는 생소한 장르에 속한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나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 참여해본 적 있는 재즈 마니아들도 왜 양림동에서 열릴까 하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재즈의 태동 배경과 정신을 살펴보면 양림동에서 개최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음악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많은 애환과 고통을 거쳐 이제는 전 세계 음악인들에 의해 수용되면서 자유와 저항을 상징하는 장르가 되었다. 그러면서 재즈의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해석과 적용, 확장을 통해 열려있는 음악으로 늘 재창조되어 왔다. 재즈 연주자는 연주하고 있는 무대, 그 공간과 순간 속에서 음악적 표현을 만든다. 또한 다른 연주자들과 상호 작용을 통해서 순간적으로 음악적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는 창조자들이다.

재즈의 이러한 역사와 포용성은 광주 정신과 많이 닮아 있다. 80년 광주가 추구했던 진정한 민주화와 공동체 정신의 부활은 어떤 지시나 통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광주시민들의 열려있는 마음들이 창조한 세계였다.

그러면 양림동은 어떤가? 오늘날 양림동이 광주를 상징하는 관광 거점으로 자리매김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1904년부터 양림동에 거주하면서 교육과 의료, 선교 등 근대 문화를 최초로 전파한 미국 남장로회 선교사들의 사랑과 헌신, 섬김의 마음과 그 정신을 잃지 않고 되살리고자 노력해온 순수한 열정들이 살아있었다. 더불어 양림동에 터를 잡고 활동한 예술가들의 창조적 작업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고 있다. 여기에 광주가 낳은 두 명의 대음악가, 현재도 중국 최고 음악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 선생과 비운의 천재 작곡가 정추 선생의 출생지가 모두 양림동이라는 사실도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음악은 시공을 뛰어넘어 영원한 공감을 주면서 삶의 애환과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해준다. 특히 재즈의 생명력은 공감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과거 LP판을 통해 처음으로 재즈의 세계에 입문한 사람들은 루이 암스트롱이나 빌리 할리데이, 존 콜트레인의 연주를 들으면서 가슴 먹먹해진 경험을 했을 것이다.

곱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아스팔트 위에서 뒹구는 지금, 재즈의 전설들이 만든 음악이 어떻게 후배들에게 재해석되고 확장되고 있는 지를 확인하면서 새로운 재즈의 진수를 느껴 볼 좋은 찬스다. 오는 27일부터 열리는 양림 국제 재즈 페스티벌 라인업을 보면 쟁쟁한 재즈의 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의 엘다 장기로프, 알토 색소폰의 살아있는 거장 짐 스니데로, 세계 투어로 재즈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일본의 히로노리 스즈키 쿼텟, 한국의 업 댓 브라운, 오영준 쿼텟, 폴 커비 트리오, 토닉 재즈 오케스트라 등이 광주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간 교향악단인 아르스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보컬리스트 고아라의 콜라보 무대가 있으며 엘다 장기로프와 짐 스니데로는 광주 지역의 클래식 및 실용 음악 전공학생들 위해 특별한 마스터클래스 시간을 갖는다. 3일 동안 양림동 일원에서 펼쳐지는 재즈의 향연은 서로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그날, 양림동의 가을 밤은 재즈 선율로 더욱 붉게 타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