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가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만드는 애니메이션 ‘라바’가 있다. 낡은 집이 사라지면서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에 내몰린 애벌레들이 함께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먹을 것을 놓고 티격태격 싸우는 이야기다. 옐로우, 레드, 브라운, 블랙, 핑크가 그 주인공들이다.

라바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인도네시아, 태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16개 나라 아이들도 좋아한다. 수출했다는 말이다. 라바는 문구, 완구, 의류, 식품, 서적으로도 출시되었다. 문화콘텐츠가 돈이 되었다는 말이다. 라바는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09년 웹 애니메이션 페스티벌(WAF·Web Animation Festival)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고급 빵집에서 빵들은 서로 선택을 받으려고 한껏 치장(토핑)을 하는데 오븐에서 잘못 구워진 못생긴 빵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질 처지에 놓인다. 이때 천재 이발사 브레드가 기상천외한 헤어 스타일로 맛있게 꾸며준다. 2016년 WAF(와프) 대상을 받은 ‘브레드 이발소’다. ‘브레드 이발소’는 융·복합 콘텐츠 공모전에서 캐릭터와 베이커리 제품을 활용하여 대상과 1억 원의 상금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개최한 ‘도전! K-스타트업 2017’에서 중소기업 진흥공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또한 머핀 전문점 ‘마노핀’과 귀여운 캐릭터로 컵케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콘텐츠가 산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말이다.

WAF(와프)는 올해 13년째다. 시작할 당시에는 첨단 영상, 애니메이션이란 말이 낯설었지만 이제 문화산업은 21세기 성장 동력이다. 광주가 전국 최초로 문화산업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하고 그 시작을 했다. 그리고 WAF(와프)는 문화산업의 출발점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본다’며 꾸지람을 들었던 만화가 산업의 기초가 되었고, 만화를 움직임(동영상)으로 바꾼 애니메이션은 실속 있는 산업이 되었다. 게임 또한 어느 굴뚝 산업보다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전문 인력이 필요한 시대다.

만화(웹툰)와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어려운 학문도 알기 쉽게 바꿀 수 있다. 만화(웹툰)와 애니메이션은 가르침(교육)에서도 꼭 필요하고, 게임은 의료와 군사에서도 그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하는 만화(웹툰)와 애니메이션이 우리 생활에도 깊숙하게 자리했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는 스마트폰 소리에 잠을 깨고, 스마트폰을 쥐고 하루를 보낸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얻고,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은행 일을 본다. 그리고 어둠이 찾아오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잠이 든다. 스마트폰은 몸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 스마트폰의 세상을 열어주는 게 ‘웹’이다. 웹은 이미 우리 생활이고, 떼래야 뗄 수 없다. 그 웹의 한 축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맡고 있다.

과학에서 뛰어난 전문 분야를 양성하려면 기초 과학 활성화가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기초 과학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자주 말한다. 문화산업에서도 뛰어난 콘텐츠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지만 만화(웹툰)나 애니메이션 같은 기초 과정의 발굴과 양성 그리고 투자가 늘 아쉽다.

광주는 이미 웹의 기초를 닦고 있다. 만화(웹툰)나 애니메이션은 어느 지역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2017년 와프는 151개 작품이 응모하였고, 심사를 거쳐 18개 작품이 수상했다. 이번에 대상을 받은 박솔의 ‘도서관 속의 빨간문’과 학생부분 대상을 받은 서평원의 ‘로드킬’ 등 18개 작품은 애니메이션 전문채널인 애니박스(대원방송 운영)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가능성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뜻이다.

더 짜임새 있는 문화산업의 방향을 정해서 만화(웹툰)와 애니메이션의 출발이자 중심지인 ‘광주’가 되었으면 좋겠다.